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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지마비 환자 대다수인데 당장 퇴원하라니”…행복요양병원 보호자들 ‘분통’
  • 2021.02.04.
4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앞에서 행복요양병원 보호자들이 시의 강제퇴원 조치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행복요양병원 보호자모임 제공]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서울시가 지난 1일 아무 대책없이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이하 행복요양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면서 환자들에게 퇴원을 종용, 환자 보호자와 행복요양병원 측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 같은 서울시 결정에 대해 환자 보호자들은 “행복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인권을 짓밟는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강제지정 및 퇴원을 거부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입원환자 보호자는 “부친이 수년째 행복요양병원에 누워 계시는데 서울시가 코로나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했다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14일까지 퇴원시키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 병원 환자들 대부분이 사지마비에 콧줄로 연명하고 계신 고령자들로 받아주는 곳도 없다.집에서는 도저히 감당이 불가능한 분들인데 당장 나가라는건 보호자 입장에선 나가 죽으라는 것과 진배없이 들려 서울시의 막무가내 행정에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 코로나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강남구 세곡동 행복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한 환자의 모습. 콧줄을 끼고 누워 있는 이 환자는 혼자서는 거동이 힘든 중증 입원환자로 알려졌다. [행복요양병원 환자보호자 제공]

또 다른 보호자는 지난 3일 코로나 전담병원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펼치면서 “아무리 국가적으로 위급 상황이라도 어떻게 하루종일 누워지내는 와상 환자들이 대부분인 요양병원의 환자들을 내쫓고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답답하다”며 지정 병원 철회를 요구했다.

시위에 참가한 보호자들은 “서울시는 절차상 환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디로 모셔야 하는지 등의 대안을 먼저 제시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며 “요양병원의 실태를 모르고 있는 탁상행정의 결과”라며 “다른 곳을 찾아보라고 하는데 다른 요양병원을 찾는 것도 몇 개월 걸린다. 중수본과 서울시는 지금이 국가 재난상황이니 이해해 달라고 하는데 우리는 365일이 재난상황이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에 대해 행복요양병원 측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문주 병원장은 “현실적으로 우리 요양병원은 감염병 관리 체계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감염병 병원 운영 능력이 없고 전담병원 지정 강행시 직원들의 대규모 사직 발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이어 “262명 입원 환자 중 대다수가 강제 전원(퇴원)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울시에 전담병원 지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장 병원장은 또 “법적으로 감염법상 감염병 위기 시 감염관리 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는 곳은 종합병원이다. 한방병원, 치과병원, 요양병원은 빠져있다. 감염관리법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2일 서울시에 다시 공문을 보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해결이 안 되면 법률적인 절차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정부의 현행 코로나 전담 요양병원 제도는 현행법 위반이란 판단이 나왔다. 정부는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잇달아 터지자 그 대책으로 작년 말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을 도입하는 대책을 내놨다. 병상 부족으로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지 못해 사망자가 늘었다는 지적이 있자, 일부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11곳이 지정됐고, 5곳이 운영을 시작했다.

한편,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은 지난해 말 대형로펌을 통해 “요양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의료법 36조에 위반된다”는 검토서를 ‘지정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서와 함께 중앙사고수습본부 측에 보냈지만 아직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문주 행복요양병원 병원장은 “아직 서울시로부터 지정됐다는 공식적인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공식 통보를 받는 즉시 행정소송 절차에 돌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이에 대해 “평상의 상황이면 몰라도 지금같은 감염병 위기상황에서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요양병원을 감염병 관리 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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