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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이웃돕던 50세 배관공,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 새 생명
  • 2021.02.04.
-한겨울 어려운 주변 어르신 집 찾아 보일러 관리 무료봉사
-가족들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 결정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문인성)은 25년간 배관 설비공으로서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따뜻한 나눔을 하며 살아왔던 김성일(50세)가 지난 2월 3일, 울산 동강병원에서 심장, 폐(분할), 간장, 신장(좌, 우)를 기증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다고 밝혔다.

밝고 따뜻한 마음씨를 지녀 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던 김성일 씨는, 작년 초 지병으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1월 29일에 의식이 소실되어 울산 중앙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뇌CT 촬영을 통해 뇌지주막하 출혈이 확인되어서 동강병원으로 전원하여 수술하였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뇌사상태가 되어 장기기증으로 6명을 살렸다.

김성일 씨는 1971년 전라남도 무안에서 3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으며, 밝고 즐거운 성격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였다. 25년 동안 배관 설비공으로 성실히 일했으며, 추운 겨울이 되면 주변의 어려운 노인들을 찾아가 무료로 보일러를 살펴보고, 고쳐주는 등 남을 돕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를 진료했던 동강병원 신경외과 김명수 과장은 “환자가 뇌사로 추정된다. 뇌사여부를 CT 촬영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 해보겠지만, 뇌사가 맞다면 마지막 가는 길에 타인을 위해 새 생명을 주고 가는 것도 좋지 않겠냐.”라고 권했고, 가족들이 그의 말에 동의함으로써 이루어졌다.

故 김성일 님의 생전 모습

김씨의 동생 김성용 씨는 “하늘나라에 가서도 형님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가서 살 수 있다는 것이 많이 위로가 된다. 일찍 떠나는 것이 슬프지만, 따뜻한 사람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성일 씨의 기증을 담당했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영남지부 주용호 코디네이터는 가족들이 “진짜 6명이나 살렸냐? 이렇게 많은 사람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오히려 힘이 났다고 말하며. “기증은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지만, 동시에 기증자 유가족의 슬픔과 아픔을 늘 마주해야 하는 힘든 정신노동이기도 하다. 가족들의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의료진에게는 큰 힘이 된다.”며 감사를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 최근 생명나눔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그분들의 선행이 분명 다른 사람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감사를 전했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 따뜻함을 선사하는 배관공으로 평생을 살았던 김성일씨는 그렇게 또 다른 따뜻함을 남기고 떠났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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