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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기름, 뉴욕 셰프는 이태리 요리에 사용”…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
  • 2021.04.27.

-국내 최초 저온압착 들기름ㆍ참기름을 개발한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
-저온압착으로 전통 기름의 강한 맛과 향을 덜어내
-“버터 풍미” 미국에서는 유명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다양하게 사용
-뛰어난 영양소와 맛을 가진 전통 기름, “올리브오일처럼 글로벌 트렌드 될 수 있어”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버터를 대신할 수 있는 뛰어난 풍미의 오일”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Bloomberg)가 호평한 이 오일은 글로벌 대세 올리브오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들기름이다. 매체는 미슐랭(Guide Michelin,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정보안내서) 2스타를 가진 뉴욕 아토믹스(Atomix) 레스토랑의 셰프를 통해 국내산 들기름 제품을 소개했다. 이는 ‘쿠엔즈버킷’의 제품이다.

미국 유력 매체에서 사진까지 실리며 유명 셰프의 극찬을 받았다면 분명 일반 들기름은 아니다.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는 “들기름·참기름의 강한 향과 맛은 줄이고 고소한 풍미는 살려냈다”고 했다. 이전보다 맛과 향이 가벼워졌기에 활용도 또한 넓어졌다. 나물 무침이 아닌, 스테이크·연어 요리 등 고급 이태리 요리에 사용되는 기름이다. 해당 제품이 글로벌 트렌드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던 비결은 ‘저온압착 방식’에 있었다.

 

미국 블룸버그에 소개된 쿠엔즈버킷의 들기름

“왜 똑같은 방식으로만 전통 기름을 짜낼까”
국내 최초로 저온압착 들기름·참기름을 개발한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 [쿠엔즈버킷 제공]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는 “제조방식을 달리하면 전통 기름도 올리브오일처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컨설팅업체를 다니던 중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전통기름을 제조하는 업체들을 보면서 다른 착유법이 없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고민 끝에 고온착즙이 아니라 올리브오일처럼 저온으로 기름을 짜내는 방식을 시도하게 됐어요.”

 

새로운 아이디어로 지난 2012년부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저온으로는 기름을 분리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었다. 분리가 된 기름의 양도 적어진다. 일년 동안 시행착오을 거친 후 박 대표는 저온압착 제조에 성공했다. 이렇게 짜낸 기름은 블룸버그의 표현대로 보다 ‘가볍고’(light), 견과류처럼 ‘고소한 풍미’(nutty)가 난다. 볶음참깨처럼 연한 맛과 향이다. 색상 역시 밝은 노란색에 가깝다. 완성된 제품은 지난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식품기술 대상을 받기도 했다.

 

“기존 참기름이 강하게 볶아지면서 획일화된 맛을 가지고 있다면 자사 제품은 원료가 가진 향과 맛이 더욱 그대로 표현됩니다. 즉 원료가 좋아야 맛이 좋기 때문에 원료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어요. 국립식량과학원에서 받은 종자를 농가에 나눠주고, 직접 재배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연한 맛 때문에 처음에는 콩기름을 섞은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들기름·참기름과 친하지 않은 아이들이 이 제품은 좋아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건강한 음식 위주의 가정 요리가 늘어나면서 전년대비 173%가 증가했다.

쿠엔즈버킷의 들기름과 참기름[쿠엔즈버킷 제공]

뉴욕 고급 레스토랑의 셰프들도 주목 “식물성인데 버터에 가까운 맛”

현재 수출 국가는 대만과 홍콩, 싱가폴, 미국이다. 프리미엄 유통업체나 미슐랭 레스토랑 위주로 판매되고 있다. 가장 반응이 좋은 곳은 미국이다. 주로 나물무침에 들어가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이탈리아 고급 요리에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뉴욕의 ‘다니엘 바타드’ (Daniel batard)등 고급 레스토랑 위주로 판매되고 있어요. 발사믹 식초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샐러드드레싱처럼 자주 이용되죠. 구운 생선과 스테이크에 살짝 뿌리거나 가지나 연어 등의 요리에도 사용됩니다. 셰프들은 식물성 기름임에도 불구하고 버터에 가까운 풍미를 가지고 있다며 좋아해요.”

 

기자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당 참기름을 먹어봤다. 참기름에 레몬과 식초, 아가베 시럽을 섞자 맛있는 샐러드드레싱이 완성됐다. 또한 참기름에 마늘, 크림치즈를 넣으면 셀러리나 크래커를 찍어먹을 수 있는 디핑소스·스프레드가 됐다. 들기름의 고소함은 서두르지 않고 은은하게 퍼졌다. 모두 어린 아이나 해외 소비자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사진=참기름으로 만든 스프레드 [쿠엔즈버컷 제공]

 

뛰어난 영양소, “올리브오일처럼 해외서도 주목받을 것”

우리의 전통 기름은 건강한 영양소도 가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해당 기사에서 면역력에 좋은 5가지 식품중 하나로 들기름을 소개했다. 들기름과 참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골고루 들어있으며, 포화지방이나 트렌스지방 함량이 다른 유지류에 비해 적다. 박 대표는 “전통 기름은 고온제조를 통해 열에 약한 항산화물질이 파괴되기 쉬웠다”며 “저온착즙방식은 이러한 항산화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오일’로서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망설임없이 “그럼요”라고 답했다. “올리브오일도 처음엔 지역적인 기름에 불과했다”고 했다.

‘왜 진작 이러한 변신이 없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전통 기름에 대한 재발견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들기름·참기름은 이미 뛰어난 영양소와 풍미를 가지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려면 쿠엔즈버킷과 같은 새로운 개발 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과 노력이 걸릴뿐이지 그의 말처럼 가능성은 충분하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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