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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프열전]체카토 무리지오 셰프 “맛 없는 요리에 창의력은 무용지물”
  • 2021.04.27.
파라다이스시티 ‘라스칼라’ 총괄 셰프
내가 아닌 고객을 위한 요리…‘겸손’이 우선
최소한의 소스로 재료 본연의 맛 살리는게 목표
한국 재료 사용 고민 많아…막상 사용하니 맛 ↑
프랑스 요리처럼 파인 다이닝 인정받고 싶어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스칼라'의 체카토 무리지오 총괄 셰프.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리얼푸드=신소연 기자]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겸손이다. 요즘 젊은 요리사들은 다양한 멋진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맛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듯 한다. 창의력은 맛이 없다면 아무 의미 없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스칼라’는 동명의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오페라 극장을 모티브로 한 만큼 높은 천장과 화려한 대리석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곳의 음식은 ‘겉멋만 한껏 부린 귀부인이’라기 보다 ‘손맛 좋은 시골 아낙’ 같은 느낌이 든다. 라스칼라를 총괄하는 체카토 무리지오 셰프가 추구하는 요리가 가볍고 건강한 이탈리안 가정식 요리이기 때문이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리조트 1층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스칼라'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무리지오 셰프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이탈리아 본연의 맛을 현지 재료로 구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밀가루, 올리브 오일 등 대부분의 재료를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올 정도로 한국 재료를 거의 쓰지 않았다. 다른 지방(fat)은 사용하지 않고, 이탈리아산 올리브유만을 풍부하게 사용해 인공 성분이나 가공 식품을 첨가하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도록 노력했다. 한국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이탈리아에서 찾을 수 있는 재료로 국한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래 지내게 되면서 한국 식재료에 친숙해지자 조금씩 이곳의 재료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 1996년에 서울로 이주한 그는 벌써 한국에서만 25년째 일하면서 이탈리아에서 보다 한국에서 더 오래 요리하게 됐다. 그는 바질페스토를 미나리, 냉이, 달래, 참나물 등으로 만든 라비올리에 올리거나 몸에 좋은 흑마늘로 퓨레를 만들어 메인 음식에 곁들이는 식으로 한국 재료를 적극 사용한다. 무리지오 셰프는 “사실 한국 재료의 사용을 결정하는 데는 수 년이 걸렸다”면서도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 내 (요리)실력이 많이 늘었고, 무엇보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리코타 치즈와 바질 페스토가 들어간 그린 라비올리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무리지오 셰프는 다만 추구하는 요리가 이탈리아 정통 가정식이다 보니 한국의 강한 조미료나 향신료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의 요리 자체가 최소한의 소스와 레시피를 활용하다 보니 향이나 맛이 강한 한국 조미료가 들어가면 자칫 이탈리아 음식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긴 하지만 가급적 이탈리아 요리를 벗어나고 싶지 않다”며 “간장과 막걸리 등의 조미료 사용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안의 정통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국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게 그의 목표다.

그가 일 하는데 있어서 가장 유의하는 부분은 ‘겸손’이다. 신 메뉴를 개발할 때 단순히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주방과 직원의 능력과 재료의 가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음식을 만들어낸다. 그는 “요즘 젊은 요리사들은 다양하고 멋진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종종 맛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듯 하다”며 “항상 함께 일하는 셰프들에게 ‘본인을 위해 요리하나, 아니면 고객을 위해 요리하나’라는 질문을 자주 묻곤 한다”고 말했다.

오징어 먹물 페투치니. [파라다이스시티 제공]

덕분에 라스칼라 메뉴는 화려한 비주얼은 없어도 먹을수록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나 입맛을 다시게 되는 요리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료 뇨끼다. 뇨끼의 특징은 쫀득한 식감인데, 이곳의 뇨끼는 쫀득하기 보다 으스러진다. 무리지오 셰프가 정통 이탈리안 뇨끼를 재현하기 위해 감자 함량을 높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감자가 수분이 많다보니 밀가루를 많이 쓸 수 밖에 없어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다. 그는 감자를 종류별로 구해 여러 번 시도한 노력 끝에 지금의 뇨끼를 만들 수 있었다. 고객들도 처음에는 으스러지는 뇨끼를 어색해했지만, 지금은 진한 감자향에 캐비어가 어울어진 라스칼라의 뇨끼를 사랑하게 됐다.

무리지오 셰프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은 한국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피자나 파스타를 파는 간편식 가게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인들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트라토리아(trattoria, 간편한 음식을 제공하는 이탈리아 식당)나 피자리아(pizzaria, 피자 전문점)라고 생각한다”며 “전통적인 맛을 구현하는 컨템포러리 식당 책임 셰프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요리가 비단 파스타와 피자 뿐 아니라 프랑스 요리 같이 인정받게 된다면 매우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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