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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프열전]손종원 셰프 “유쾌하고 즐거운 파인다이닝…제철 식재료로 변주”
  • 2021.06.09.
레스케이프 ‘라망 시크레’ 총괄 주방장
국내 제철 식재료로 만드는 프렌치 요리
“시장이 가장 좋은 선생님”…영감도 시장서
코스마다 음식 스토리…오픈 2년만 스타 획득

손종원 라망 시크레 셰프.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리얼푸드=신소연 기자]“파인다이닝이라고 하면 모두 딱딱하고 격식있다고 생각해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유쾌함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신세계그룹의 초기 야심작 레스케이프 호텔 26층에는 ‘라망 시크레(L'Amant Secret)’라는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이 있다. 어두운 조명과 붉은 컬러 위주의 인테리어, 화려한 장식으로, 레스토랑의 이름처럼 비밀스러운 러브스토리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중세 프랑스 파리의 살롱 문화’가 모티브인 레스케이프 호텔과 가장 찰떡같이 궁합이 맞는 레스토랑인 듯 보인다.

레스토랑 분위기만 보면 라망 시크레의 음식은 매우 딱딱하고 격식있는 정통 파인다이닝일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요리마다 재밌는 콘셉트와 스토리가 있어 보는 재미가 있는데다 맛도 훌륭하다. 레스토랑 오픈 2년 만에 미쉐린으로부터 1스타를 얻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인정받았다. 이곳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손종원 셰프는 “파인다이닝이라고 할 때 딱딱함과 격식보다는 유쾌함과 즐거움을 (고객들에게)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레스케이프 호텔 26층에 있는 컨템포러리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손 셰프가 요리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독특한 이력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원래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토목학을 전공하던 공학도였다. 대학교 4학년 때 우연히 뉴욕 CIA 요리학교에 방문했다가 요리와 사랑에 빠졌다. 남들보다 다소 늦은 시작이었기에 눈 앞에 둔 대학 졸업을 포기하고 요리계로 입문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로 간 CIA 요리학교에서 요리를 하며 즐거워하는 학생들을 보게 됐다”며 “그 길로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과감히 대학을 중퇴했다”고 회상했다.

손 셰프의 요리는 조리 방식만 보면 프렌치 음식 같지만, 사실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내 식재료다. 라망 시크레가 프렌치 레스토랑이 아니라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손 셰프의 ‘현지 제철 식재료’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서 비롯됐다. 그는 ‘시장이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에 혜화, 성수 등에서 열리는 한국판 파머스마켓 ‘마르쉐’ 등을 다니며 식재료를 구한다.

손종원 라망 시크레 셰프가 샐러드에 드레싱을 뿌리고 있다.[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특히 신메뉴를 구상할 때 시장을 더욱 자주 찾는다. 채소를 직접 재배한 농부들과 대화하며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제철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는 예상치 못했던 메뉴 개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덕이다. 그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파머스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짧은 식재료로 원래 메뉴에 변주를 주는 순간이 ‘계절감을 (접시에) 담아내는 찰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선호하는 국내산 식재료는 바로 나물이다. 한국의 나물은 새콤하고 짭쪼름하면서 일부는 달콤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맛과 식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봄나물은 긴 추위를 이겨내고 딱딱한 땅을 뚫고 나온 생명력 때문에 더욱 다채로운 맛이 난다는 게 손 셰프의 설명이다. 그는 “나물에 대한 사랑으로 올해 봄 메뉴에는 나물을 사용한 요리를 넣기도 했다”며 “유채순과 돌나물, 세발나물 등 여러 나물을 브라운버터에 살짝 구운 후 비장탄 숯으로 구워낸 아귀를 곁들여냈다”고 말했다.

라망 시크레의 에피타이저인 ‘명동의 작은한입거리들’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손 셰프는 또 요리에 현지의 문화나 스토리를 더해 특별함을 더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요리가 바로 ‘명동의 작은한입거리들’과 ‘꽃놀이’, ‘피크닉’ 등이다. ‘명동의 작은한입거리들’은 명동 근처에 위치한 호텔의 특성을 표현하고자 명동 길거리 음식인 맥반석 오징어와 핫도그 등을 에피타이저 형식으로 풀어냈다. ‘꽃놀이’와 ‘피크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년 즐겼던 꽃놀이를 못한 고객들을 위로하기 위해 테이블에 미니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빵과 콤부차를 세팅(피크닉)하거나 에피타이저를 봄꽃 모양(꽃놀이)으로 만들어 내놨다.

그는 “예약 손님의 이름이 적힌 메뉴판부터 식사 후 제공되는 호두과자 봉지에 넣은 호두 마들렌까지 라망 시크레의 식사가 고객들에게 하나의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로컬 식재료와 식문화를 재해석하며 창의적인 서울 퀴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고객과의 소통과 즐거운 다이닝 경험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라망 시크레 주방의 모토인 ‘진화(Evolve)’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망 시크레의 코스 요리 중 하나인 '피크닉'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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