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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프열전]폴 셈보시 셰프 “요리하는 사람이 행복해야…데스티네이션 레스토랑 목표”
  • 2021.07.13.
해비치 프렌치 레스토랑 ‘밀리우’ 총괄
제주 자연이 주는 영감으로 요리 개발
재료의 신선함·계절감 중요…옥돔 추천
고객들이 밀리우 때문에 제주 방문 목표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의 프렌치레스토랑 '밀리우'의 총괄셰프인 폴 셈보시 셰프.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공]

[리얼푸드=신소연 기자]“식재료의 신선함나 요리사의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하고, 그 마음이 요리에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제주에서 프렌치 레스토랑을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사실 이곳에 프렌치 레스토랑이 생긴 지는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제주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가 지난 2015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밀리우’를 열면서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프렌치 미식이 비로소 시작됐다. 지금은 프랑스 파리 르 꼬르동 블루 출신 폴 셈보시 셰프가 이곳 주방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요리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료 식재료의 퀄러티다. 재료가 싱싱해야 음식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제철을 맞은 식재료는 가장 좋은 맛과 영양, 빛깔을 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덕분에 프렌치 요리를 하지만 메인 식재료는 모두 제주 산지에서 공수한다. 동료 셰프들과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 농장이나 어시장 등을 수시로 들르는 것도 이곳에서 나는 식재료의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공수하기 위해서다. 그는 “제주 지역의 제철 식재료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공급받아 프렌치 요리로 선보이니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의 프렌치레스토랑 '밀리우' 내부.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공]

셈보시 셰프가 자신있게 다룰 수 있는 재료도 제주도의 특산품인 옥돔이다. 메인 재료의 이름을 딴 ‘옥돔’이라는 요리는 호텔에서 10km 떨어진 옥돔 마을에서 낚시로 잡아 올린 생선으로 만든다. 그는 옥돔의 비닐을 벗기지 않고 그 위에 뜨거운 오일을 부어 겉은 바삭한 식감을, 안은 옥돔 만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을 모두 살렸다. ‘겉빠속촉’ 옥돔 스테이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타고 입소문이 나며 이곳의 대표 메뉴가 됐다. 그는 “옥돔은 호텔 근처 옥돔 마을에서 매일 받아 사용한다”며 “재료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조리할 수 있다는 점은 요리사로서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셈보시 셰프가 재료의 신선한 만큼이나 동료 셰프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바로 팀워크다. 밀리우가 다른 프렌치 레스토랑과 달리 주방이 오픈 키친 형태로 되어 있다 보니 셰프들의 무슨 일을 하는 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주방 직원들의 손발이 맞지 않으면 고객들이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는 “공간이 오픈돼 있고, 바로 옆에 바 형태의 좌석이 있는 밀리우 주방의 특성을 고려해 직원간 팀워크와 함께 고객들과의 상호작용을 늘 당부한다”고 말했다.

제주 옥돔을 활용해 만든 '옥돔'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공]

그가 팀워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계기는 지난 2019년에 열린 ‘제주푸드앤와인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다. 당시 호스트 셰프로 참여한 그는 세계 각지에서 온 셰프들과 팀을 이뤄 갈라디너를 진행한 바 있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면서 요리 노하우는 물론 개인적 교감도 함께 나눴던 기억이 인상 깊었다. 그때 함께 작업했던 최규성 셰프나 스페인 출신 에드가 케사다 셰프와는 아직도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이때 인연을 맺은 일본 출신 다카야마 다쓰히로 셰프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일본 오사카에 다녀오기도 했다.

셈보시 셰프에게도 신메뉴 개발은 신나면서도 어려운 주제다. 계절감 있는 메뉴를 적절한 때에 내놓는 것은 20년차 베테랑 셰프도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제주의 자연을 보고 느낄 때면 요리의 영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 올레길을 자주 걷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제주도의 바다를 보며 나란히 펼쳐진 길을 걸을 때마다 제주의 자연이 주는 영감을 얻는다”며 “계절적 감각도 자연히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밀리우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랑구스틴. 랑구스틴은 작은 바닷가재의 일종으로 꼬리살의 단맛이 특징이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공]

그는 아직도 요리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가 나온다고 믿는다. 그는 “요리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하고, 그 마음을 요리에 담아내야 한다”며 “그래야 손님들이 요리사가 얼마나 정성스럽고 즐겁게 요리를 준비했는지 알 수 있고, 가장 맛있는 요리가 돼 식탁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밀리우가 단순히 제주 맛집이 아닌 이곳의 음식이 먹고 싶어 제주 여행을 오는, 이른바 데스티네이션 레스토랑이 되는 게 목표”라며 “제주를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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