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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정치인들의 적대적 언어와 극단적 표현
  •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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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중재법’이 국회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자 모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에게 ‘GSGG’라는 막말을 사용해 논란이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론을 통해 정치인들의 말들을 보면 차마 얼굴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할 때가 많다. 적대감에 가득 찬 내용들, 정제되지 않은 투박한 단어들,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찾아볼 수 없는 무례한 표현들이 일상언어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극단적인 표현들은 북한과 같은 폐쇄적인 국가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에 대해 김여정은 ‘삶은 소대가리’라고 하거나 ‘철면피 궤변’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정치에는 이런 극단적인 표현들이 난무할까? 대중은 왜 공격적이고 난폭한 거친 언어에 열광하는 것일까? 외부의 적을 강한 어조로 공격하며 내부 체제를 유지하기도 하는 북한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극단적인 표현들은 집단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적대감을 불러일으켜 자기 편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으며 팬덤을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기본 본능에는 생명에 대한 에너지인 ‘리비도’뿐 아니고 공격성·파괴성·죽음에 대한 의지인 ‘타나토스’도 존재한다고 했다. 우리 인간의 깊숙한 마음의 한가운데 이런 어둡고 부정적인 기운과 본능이 존재한다. 그러기에 겉으로는 과격하고 공격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사실 경우에 따라 우리 인간 내부의 원초적 욕구를 자극해 생명에 대한 에너지인 리비도를 자극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정치인들의 극단적 언어나 적대적 태도는 자기 편 사람들의 타나토스를 자극하고 그 공격성이 내부가 아닌 외부의 상대방을 향하게 한다.

우리 마음의 내부에는 항상 분출할 기회를 노리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자리 잡고 있다. 평온한 상황에서는 도덕이나 규범, 현실적 상황 등에 억눌려 있어 겉으론 조용하게 유지되기도 하나 마치 용암이 분출될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외부적인 자극으로 인해 이런 마음의 내부에 있는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건드려지면 금방 억눌려 있는 내부의 힘이 거세어진다. 마치 불 위에 놓여 있는 주전자가 끓어 힘이 세진 수증기의 압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한순간 적대적인 표현과 같은 자극에 의해 억눌러왔던 부정적인 에너지가 외부로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외부의 상대방을 비난하고 매도한다든지, 개인의 분노 감정을 심하게 이끌어내고 자극하는 행동은 상대 진영에 대한 심한 적대감을 불러일으켜 집단적인 공격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

정치인이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하면 집단 내 지지를 받고 내부적으로도 결속을 다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고 심화되면 여러 사람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분출돼 위험한 상황 이 발생할 수 있다. 개개인의 적대감이 서로를 강화시켜 집단적 적대감이 되고, 이러한 집단적 적대감이 실제로 위험을 초래하는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한순간의 지지와 열광을 위해 외부의 적에 대한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보다는 내실 있고 정제된 표현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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