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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기로에 선 ‘위드코로나’
  • 2021.09.27.

추석 연휴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00명대 중반을 찍었다. 1000~2000명대를 유지하던 수치가 갑자기 폭등한 것은 이번 추석 연휴가 5일간 비교적 길었던 이유도 있지만 근 1년8개월간 이어진 국민의 방역피로감과 자영자업자의 애로 사항, 명절에도 모이지 못한 가족들의 만남을 정부가 일정 정도 탄력적으로 허용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1차 백신접종률이 전국민의 70%에 가까워지고 유럽 등 선진국도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선회하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략적 측면에서 방역 실패인 셈이다.

이미 엎어진 물이니 주워담을 수는 없다. 중요한건 이제 정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확진자가 잦아들지, 하루에 수만명이 쏟아질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애초 1차 백신접종률이 10월 말 70%에 도달하고 신규 확진자가 1000~2000여명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10월 말께로 ‘위드 코로나’를 위한 실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3일 동안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대국민 인식조사결과에서도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한 응답자는 73.3%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3일(현지시간) 3박5일간의 제76차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1호기 회의실에서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어느 정도의 접종이 됐을 때 어느 정도의 방역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일상을 회복해나갈 것인지 하는 계획들을 전문가들이 논의하기 시작한 상황”이라며 “아마도 다음달쯤 되면 그런 계획을 더 가시적으로 국민께 알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해 10월 말이 ‘위드 코로나’를 시행할 시점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 이후 역대 최다인 3400명대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준비하는 ‘위드 코로나’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5일 오후 긴급브리핑에서 ‘위드 코로나 전환 시 확진자가 1만~2만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10월 말 국민 70%가 접종을 완료해 어느 정도 면역이 형성되는 시기의 유행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시기가 늦춰질지에 대해서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의료계에서는 추석 연휴 후폭풍이 지속되고 다음달에 있을 개천절·한글날 연휴 변수까지 고려할 때 확진자 수는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앞으로 3000명을 넘어 하루 1만명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지만 ‘위드 코로나’를 목표를 잡은 백신접종률이 가장 높고 모범적인 영국이나 이스라엘,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며 ‘신중한 단계적 전환’을 기치로 내건 싱가포르처럼 우리도 신중하고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역 전략을 짜야 한다. “왜 지금 해제해야 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할 수 있냐고 오히려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우린 코로나19를 박멸할 수 없기 때문에 방역 규제를 해제할 수 있는 완벽한 시기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한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부 장관의 일갈도 되새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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