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병동 입구에 병동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이어지면서 주요 병원들은 병동을 축소 운영하거나 남은 직원들로부터 무급휴가 신청을 받으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가운데 일부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를 두고 의사 커뮤니티에서 '참의사'라는 식의 조롱이 이어져 논란이 되고있다. 해당 명단이 돌고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는 지난달 '[중요]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으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나올 때 의국 폴더 등 자료를 지우고 나오라며 집단 행동을 촉구한 게시물이 올라온 ‘메디스태프’인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메디스태프'는 의사 면허번호 등으로 인증해야 가입이 되는 의사 커뮤니티로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문제의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에는 전국 70여 개 수련병원 별로 병원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들의 소속 과와 잔류 전공의 수로 추정되는 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스트에는 “평생 박제해야 한다”, “○○병원도 참의사 없는 병원으로 올려달라", “환자 곁을 떠날 이유가 없다니. 웃기다” 등 공격적인 댓글들도 다수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게시물은 지난 6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공개됐으며 이를 공개한 이는 자신을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라고 소개했다.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8일 성명서를 내고 " 이 리스트는 이번 집단 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인턴과 전공의들을 전국 병원과 각 과별로 나열하고 있다. 명단 중 일부는 이름을 한 글자만 가려 적시하기까지 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수련의들의 숫자가 적은데 개인 정보가 상세히 덧붙여져, 사실상 개개인의 구체적 신상까지 확인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라며 " 이 게시판에는 파업 불참자 전임의 리스트도 게시된 바 있다. 우리는 이러한 집단 내 괴롭힘이라는 명백한 사이버 범죄행위가 의사들의 게시판에서 벌어지고,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으며, 오히려 조롱이나 ‘이름을 공개하라’는 부추김이 수많은 댓글로 달리는 이 상황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7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부 의대 교수들은 의대 신입생 증원에 반발하며 공동 성명을 내거나 단체로 사직서까지 제출하며 집단행동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연합뉴스 |
인의협은 또 " 이러한 행위는 심각한 의료윤리 위반으로, 의사 사이의 괴롭힘은 괴롭힘을 당하는 의사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환자, 의료팀, 조직 및 그 가족에게도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행위는 의료인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태이기도 하며 의사들이 이런 괴롭힘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행위는 윤리적 문제를 넘어 범죄행위이다"고 지작했다.
또한 "이러한 일은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해 일어났던 의사파업에서도 발생했는데 당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누가회와 인의협 의사들에 대한 명단 강제 공개, 사이버 공간에서의 탈퇴 강요, 언어폭력 등이 있었고, 그 피해자들 중 일부는 아직도 그때의 일로 고통받고 있다. 똑같은 일이 2020년 파업 때의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발생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특히 우리는 이러한 일들이 젊은 전공의 및 전임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암담함을 느낀다. 환자 옆에 남겠다는 결정을 내린 의사들을 집단 따돌림시키고 조리돌림하는 문화를 청산하지 않는 이상 한국의 의사들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집단이 될 수 없을 것이며 이번 사태에 대해 사법적인 수단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지적했다.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병동이 폐쇄돼 병실이 비어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이어지면서 주요 병원들은 병동을 축소 운영하거나 남은 직원들로부터 무급휴가 신청을 받으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온라인에 "의협 내부 문건"이라며 올라온 "집단행동 불참 전공의 명단 작성" 문서가 허위라며 이 글 게시자를 형사 고소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해당 글에 게시된 문건은 명백히 허위이고 문건에 사용된 의협 회장의 직인은 위조된 것임을 확인했다"며 "글 게시자를 사문서위조·허위사실 유포·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의협 회장의 직인과 함께 '집단행동 불참 인원 명단 작성 및 유포'라는 내용이 담겼다. "명단 작성 목적은 불참 인원들에 대한 압박"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구체적인 전공의 명단 작성법과 유포법에 대해선 특정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개별 고지할 예정이라고도 쓰여 있었다. 전날 이기식 병무청장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의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내년부터 순차 입대할 것이란 발표에 대해서는 "군 수용인원의 한계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는 반박 논리도 첨부됐다.
이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비정상적인 경로·방법을 통해 여론 조작을 하거나 회원들의 조직적인 불법 행동 교사를 하지 않았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2일 메디스태프 사무실을 압수수색 한 가운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게시글의 작성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