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규 이담외과 대표원장(혈관외과 전문의)이 수술을 집도하고있다. |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손발이 자주 시리고 저리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는 신호 중 하나다. 겨울만 되면 유독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적지않게 볼 수 있다. 손발이 차가워지는 증상은 계절, 개인 체질, 심지어 이를 유발하는 레이노 현상 등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당뇨병을 진단받은 이후 수족냉증이 심해진 느낌이라면 단순히 넘어가지 말고 말초혈관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할 만성질환이다. 단순히 혈당이 높아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이로 인해 몸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게 곤란한 요소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발되는 당뇨 합병증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가장 위험한 당뇨 합병증 가운데 하나가 ‘혈관 질환’이다. 김현규 이담외과 대표원장(혈관외과 전문의)에 따르면 혈당이 지속적으로 치솟으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는데, 이런 혈액은 정체돼 노폐물을 침전시키고 혈관과 신경을 서서히 망가뜨린다.
김 원장은 “혈액 내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벽이 손상되고 염증이 생기기 쉽다”고 지적한다. 그는 “당뇨병 환자에게 동맥경화도 쉽게 동반되는데, 혈전 및 지방이 혈관에 달라 붙어 혈액의 흐름을 막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손발이 차가워지는 수족냉증도 동반되기 쉬운 것. 이런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말초동맥질환 위험도가 증가한다.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말초동맥질환이 ‘당뇨발’이다. 당뇨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증상이기도 하다.
당뇨발은 좁은 의미로는 족부(발)에 발생한 창상, 궤양 등을 일컫는다. 넓은 의미로는 궤양이 없어도 궤양이 생길 위험이 높은 상태 또는 궤양이 발 전체에 침범해 발생하는 괴저 등 족부의 다양한 병변을 모두 아우른다. 당뇨발에 노출될 경우 작은 상처가 낫지 않고 곪아서 괴사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다리 절단에 이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당뇨발 뿐 아니라 다리 동맥경화증도 경계 대상이라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다리 동맥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면서 해당 부위에 산소, 에너지원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잠깐 걸어도 통증이 있는 보행장애가 유발된다. 이 역시 당뇨병 환자가 취약하다.
수족냉증을 일으키는 또 다른 혈관질환으로는 ‘버거씨병’을 꼽을 수 있다. 당뇨병보다는 과도한 흡연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폐색성 혈전혈관염이라고 불린다. 동맥 혈관에 염증이 생겨 혈관이 막히고 썩어들어가는 혈관질환이다.
박승우 이담외과 원장(내과 전문의)은 “평소 혈당관리에 소홀하고, 유독 손발이 차갑게 느껴지는 당뇨병 환자는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해 말초혈관질환 여부를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이와 함께 발 피부색이 갑자기 변하거나, 작은 상처가 낫지 않거나, 발이나 발목의 붓기가 심해지고, 손발의 온도 변화가 큰 경우 등이라면 가급적 빠르게 내원하라”고 조언했다.
이럴 경우 동맥경화도검사(ABI), 도플러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진단을 내리게 된다. 말초혈관질환으로 진단받은 경우 초기에는 혈액순환제 및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 치료를 통해 혈전의 형성을 억제하는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정도가 심하면 혈관을 넓혀주는 풍선 또는 스텐트 기구를 이용해 혈관을 확장하는 ‘풍선 혈관성형술’, ‘약물 코팅 풍선 혈관성형술’, ‘스텐트 삽입술’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
김현규 원장은 “혈관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없다보니 아무리 손상을 입어도 아프거나 가렵지 않아 증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며 “가급적 당뇨병을 가진 환자라면 혈당관리에 주력하고, 이와 함께 고혈압‧이상지지혈증 등 기저질환이 동반된 경우라면 피부나 손발 변화에 더 면밀히 대처해야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