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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 인싸’라면 알아야 할 ‘보틀 투 보틀’
  • 2022.01.17.
투명 페트병, 유색 페트병과 달리 재활용 범위 넓어
한 번 아닌 지속적인 재활용이 가장 이상적
다시 페트병으로 반복 재활용되는 ‘보틀 투 보틀’ 주목
환경부, 관련 기준 잇따라 마련
투명 페트병의 완전한 분리 배출ㆍ수거 필요

[리얼푸드=육성연 기자]“평균 사용기간 단 4일, 분해 기간 약 450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병의 운명이다.(DHL 보고서, 2019)

아주 잠시만 사용하고 그대로 버리기에는 지구가 안고 가야하는 부담과 기간이 너무 큰 대상이다.

 

플라스틱병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양적인 부분 뿐 아니라 효율적인 재활용 방법과 그 대상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재활용 과정에서 가장 ‘귀하게’ 모셔가는 대상은 바로 ‘투명 페트병’이다. 갈색이나 초록색과 같은 유색 페트병은 재활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투명 페트병 수거가 곧 재활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수원 WWF 코리아(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플라스틱 프로그램 담당 과장은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플라스틱 수거가 잘 되고 있지만 실제로 재활용이 되느냐는 다른 문제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수거된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선별하는 시설을 갖춘 곳은 전체 조사 대상의 2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무엇으로 다시 재탄생 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투명 페트병의 경우 유색 페트병과 달리 옷이나 신발, 가방 등에 사용하는 장섬유를 뽑아낼 수 있어 재활용 범위가 넓다. 다만 이는 단 한번으로 끝나는 재활용이다. 만일 투명 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만든다면 그 순환고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른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이다. 음료 페트병을 수거해 세척, 파쇄 등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투명 페트병으로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페트병이 현재처럼 장섬유 등으로 재활용되는 건 결국 다시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므로 가장 효율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한 번 생산된 플라스틱이 반복적으로 순환되는 재활용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국내도 올해부터는 ‘보틀 투 보틀’ 시대가 열린다. 환경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성 기준에 따라 식품용기를 다시 식품용기로 재활용하는 제도를 지난해 12월 행정예고하고 올해부터 시행에 나섰다. 이를 위해 투명 페트병 수거를 위한 방침도 내놓았다.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투명 페트병을 별도로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올해부터는 그 적용 대상을 단독주택까지 확대했다.

가장 이상적으로 선순환되는 ‘보틀 투 보틀’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주목하는 재활용법이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5년부터 3L 이하 음료 페트병에 25% 이상 재생원료의 사용 방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식품 기업인 코카-콜라와 네슬레, 유니레버 등도 재생원료 사용을 높이겠다고 선언하면서 매년 재생원료 사용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탄소배출 절감 효과도 커진다. 유럽의 경영컨설팅기관 뎅크슈타트(Denkstatt)에 따르면 재생원료를 사용한 재생 페트병(r-PET)은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보다 최대 79%까지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이는 ‘플라스틱을 많이 쓰는 나라’로 오명을 쓴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가 발표한 통계(2017)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이 전 세계 1위이며, 그중에서도 페트병 사용량이 높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보고서(2019)에 따르면 한국인이 연간 사용하는 페트병은 약 49억 개로, 이를 나란히 세우면 지구 10.6바퀴를 돌 수 있다.

다만 현재 국내 ‘보틀 투 보틀’ 시행에서는 식품용과 비식품용 투명 페트병이 분리되지 않고 한 번에 수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안전한 식품용기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식품용과 비식품용 투명 페트병이 완벽하게 분리·수거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홍수열 소장은 “투명 음료 페트병 만을 수거해 투명 음료 페트병으로 순환시키는 구조가 완성돼야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페트병이 쓰레기가 되거나 소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보틀 투 보틀’의 핵심은 음료와 비음료 용기를 구분해 수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포장재에 분리배출 표시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WF의 전수원 과장은 “보틀 투 보틀의 성공적 실현을 위해서는 기업이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의 재생원료를 사용하도록 법적 기준을 강화해야 하며, 소비자 또한 이에 동참하려는 의지와 실제로 분리배출 기준을 잘 지키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goreg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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