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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수도꼭지 MC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요즘 채널을 돌릴 때마다 나오는 배우가 있다. 이경영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에 출연한 이후 지금은 MBC 금토드라마 ‘닥터로이어’와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에 겹치기 출연하고 있다.

배역도 국회의원, 병원장, 대기업 회장 등으로 다르지만 결국 악인, 빌런이다. 이경영의 겹치기 출연은 편성 시기 조율 실패에 기인한 것이지만, 시청자에게 다양한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 셈이다.

예능도 마찬가지다. 전현무 등 몇몇 예능인들은 틀면 나온다. 일명 ‘수도꼭지 MC’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출연료가 엄청나다. 한 PD는 제작비의 60% 정도를 출연료로 지출하다보니 스태프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예능 고정 출연자들은 녹화중 토크만 하고 돌아가면 스태프들에게는 편집 등 남은 일이 적지 않다.

VCR을 보면서 말따먹기 하는 MC들의 회당 출연료가 1천만원대인 경우도 있다. 한달에 2주분씩 두 번 녹화하고 4천만원. 이런 프로그램을 10~13개나 하는 MC도 있다. 스튜디오에서 토크만으로 제작비의 반 이상을 가져간다면 뭔가 잘못된 구조다.

방송프로그램이 이런 식으로 제작된다면 멘트 돌려막기는 물론이고, 영혼이 나가버린 소울리스(soulless) 토크도 많다. VCR 내용이 유사해지기도 한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나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등과 같은 예능들은 점점 변별력이 줄어든다. 포맷이 없어 수출이 안되고, 정체성과 개성이 약화된다.

한 사람이 프로그램을 매주 10개나 하면 방송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완벽하게 배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소울리스좌(座)’는 속사포 랩을 하는 듯한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캐스트였던 김한나 씨라면 인기를 얻겠지만, 방송은 그렇지 않다. 식상한 MC들에게 돈이 몰리고 연예권력을 즐기게 하는 것, 이들에게 건물 수를 늘려주는 게 방송 선순환은 아니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가용인력이 별로 없는 분야인 심사위원이나 멘토들의 돌려막기는 더욱 심각하다. 유희열 등 몇몇 심사위원들은 몸값이 올라가 1천만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기도 한다. 출연료를 많이 받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제작비 중 이들에게 나가는 출연료 비중이 과하다는 것. 불법은 아니지만 건강한 예능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다. 시청자에게 다양성을 제공한다는 건 뒷전이다. 제작진이 이 구조부터 타파해야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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