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 CT, X-ray 등 기존 영상검사와 비교해 편리성·경제성·안전성 갖춰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조영재 교수가 참여한 국제 연구진이 팬데믹 시기 코로나19의 진단과 질환 관리에 있어 폐 초음파의 역할을 다룬 리뷰 논문을 유럽 호흡기학회 온라인 학술지(ERJ Open Research)에 게재했다. 리뷰 논문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최신 연구 동향을 정리해 발표하는 형태의 논문이다.
코로나19는 발열 및 가벼운 호흡기 증상에서 심하면 중증 폐렴이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조기에 진단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폐 질환의 경우 흉부 CT를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데, 팬데믹 상황에서는 검사실까지 환자들의 동선 관리, 검사 장비와 공간 소독 등 문제로 사용이 어렵고, 특히 수시로 상태 변화를 확인해야 하는 중증 환자의 경우 더욱 검사가 어려웠다.
연구진은 코로나19를 진단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영상검사 방법을 마련하고자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폐 초음파의 역할을 총망라한 연구를 수행, 흉부 CT, X-ray 검사와 비교한 폐 초음파의 이점,코로나19 폐렴에서 보이는 폐 초음파 소견, 표준화된 폐 초음파 검사 방법을 다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연구진은 폐 초음파 검사는 코로나19 폐렴의 진단 및 모니터링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폐 초음파 장비는 휴대가 가능해 외래, 음압병동, 선별진료실 등 다양한 진료 환경에서 바로 검사를 시행할 수 있고, 장비 소독이 용이해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낮다. 또한, 방사선 노출 위험이 없어 임산부와 어린이에게도 사용이 가능하고, 여러 차례 검사하며 경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결과, 폐 초음파는 팬데믹 상황에서 한정된 의료 역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 초음파 검사는 90% 이상의 높은 민감도로 음성 환자를 찾아내 불필요한 검사와 의료비용을 줄이고, 폐 침범의 진행과 심부전, 기흉 등 합병증 여부 등에 따라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를 조기에 선별해 의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감염 이후 오랜 기간 계속되는 기침,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또는 다양한 기관에서 후유증이 나타나는 ‘장기 코로나19(Long COVID)’가 건강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폐 초음파 검사는 폐와 관련된 환자의 증상을 진단하고, 폐의 장·단기적 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조영재 교수는 “폐 초음파 사용의 이점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고, 숙련된 전문가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호흡기 질환 관리를 위한 폐 초음파의 활용에 대한 인식 제고와 표준화된 초음파 방법에 대한 교육,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을 통해 치료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서 폐 초음파를 활용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한 이번 연구에서 아시아권 유일한 공동저자로 참여했으며, ‘코로나19 환자의 폐렴 조기 진단 및 중증도 평가를 위한 폐 초음파 사용(Lung ultrasound for early diagnosis and severity assessment of pneumonia in patients with coronavirus disease 2019)’ 논문으로 2021년 대한내과학회 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