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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사색] ‘고독부’를 만들자
  • 2023.06.14.

이달 초 서울 광진구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 집에서 혼자 살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남성은 이미 사망한 지 약 석 달이 지났지만 이웃은 물론 가족, 지자체까지 그의 죽음을 몰랐고 인근 주민의 “심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을 받고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그의 죽음은 세상에 알려졌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려는 의지도, 관심도 없는 세상이다. 잠깐의 연민과 함께 ‘나만 아니면 됐지’ 하는 무관심이 더 슬프고 아련하다. 사회적 시스템도 무관심한 듯하다. 몇 개월간 전기료와 월세가 체납되는 등 위기 징조가 있었지만 지자체와 관계부처는 해당 남성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

주변에 몇 가구 살지 않고 악취 신고가 아니었다면 이 남성은 3개월이 아니라 수년, 수십년이나 지나 발견되거나 영원히 그 죽음조차 잊혔을 것이다. 이번 사례는 고독사 방지 등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만약 어떤 가구가 전기·가스요금 등이 3개월 이상 체납된다면 구청이나 주민센터 등과 공공요금 징수업체는 위기가구 시그널로 보고 보건복지부에 알리게 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 정보를 ‘행복e음’이라는 시스템에 등록해 지자체가 계속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고독사를 ‘사회적 타살’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정한지, 사회적 안전망과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여주기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최초로 실시한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사례는 모두 3378건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8.8%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50~60대가 해마다 전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고독은 얼머나 위험할까. 외로움이 암 생존자의 생명도 재촉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미국 암학회연구에 따르면 암 생존자 3450명을 대상으로 외로운 정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외로운 정도가 크든 작든 외로움을 느끼는 암 생존자는 외롭지 않은 암 생존자보다 사망 위험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등 다른 사망 위험요인들을 고려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우리보다 먼저 이 같은 문제를 겪은 나라들은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은 2018년 ‘고독부’를 신설했다. 전체 인구 중 약 900만명이 고독을 느끼는데 600만명은 고독을 감춘다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고독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만성화된 고독’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이웃 나라 일본도 노인들의 고독사는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도 2021년 초 내각에 ‘고독·고립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내각관방에 고독 및 고독사대책 담당실을 설치해 대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 예방법)’이 제정돼, 지난 2022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고독사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관리한다는 것인데 아직 초기 단계라 이렇다 할 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얼마 안 있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1인 가구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독부’를 만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시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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