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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질혈증이 한꺼번에 나타난 상태를 말한다. 그 자체로는 질병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잠재적 질병'이다.
대사증후군이 발병하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연관성을 갖는 요인들은 여러 연구에서 규명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인슐린 저항성, 비만, 좌식 생활에 의한 신체활동 부족, 가족력, 호르몬 불균형, 수면 장애 등이 꼽힌다.
그런데 최근에는 직간접 흡연도 대사증후군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의학계에 따르면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팀(가정의학과 이용제 교수·김애희 강사)은 미국 임상내분비학회 저널(Endocrine Practice) 최신호에 흡연과 대사증후군 발병의 연관성을 밝힌 논문을 발표됐다.
연구팀은 한국인 남성 3151명(40~69세)을 대상으로 2001∼2014년 하루 흡연량과 평생 흡연량으로 세분화해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도를 분석했다.
하루 흡연량은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개비 수, 평생 흡연량은 하루 흡연 개비 수와 총흡연 년 수를 곱한 '갑년'으로 계산했다.
이 결과 하루 흡연량인 개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담배를 피우다 끊은 사람의 대사증후군 위험도는 비흡연자와 비슷했지만, 흡연자는 0~9개비 1.5배, 10~19개 1.66배, 20개비 이상 1.75배 등으로 높아졌다.
평생 흡연량인 갑년 기준의 대사증후군 위험도는 20갑년 미만 흡연자가 1.63배, 20갑년 이상 흡연자가 1.67배로 각각 증가했다.
만약 하루에 1갑씩 20년간 매일 흡연했으면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약 1.7배 정도 높아지는 셈이다.
이용제 교수는 "흡연이 흔히 알려진 폐 질환, 심혈관질환, 각종 암의 위험인자이면서도 대사증후군의 발병 위험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라며 "흡연이 직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 흡연 경험이 있더라도 금연을 하면 발병 위험도가 비흡연자 수준으로 현저히 감소하므로 금연을 강력히 권장한다"고 말했다.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아지는 건 간접흡연에서도 확인된다.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김병진·최효인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국제학술지 '영양, 대사 및 심혈관 질환'(Nutrition, metabolism, and cardiovascular diseases)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11∼2016년 건강검진 당시 비흡연자이면서 대사증후군이 없었던 7만1055명을 대상으로 평균 33개월을 추적 관찰한 결과, 간접흡연 노출이 대사증후군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자를 간접흡연 노출 정도의 변화에 따라 비노출군, 신규 노출군, 과거 노출군, 지속 노출군으로 나눠 대사 증후군 발생률 차이를 비교했다.
이 결과 지속적인 간접흡연 노출군은 비노출군보다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19%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다가 새롭게 간접흡연에 노출된 그룹은 비노출군에 견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35%나 더 증가했다.
반면 간접흡연 노출에서 벗어난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간접흡연 비노출군과 동일한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다가 새롭게 노출돼도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되도록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지만, 흡연자들도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간접흡연의 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