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사회복지재단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34회 아산상 시상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대상(아산상)을 받은 외과의사 박세업 씨, 사회봉사상을 받은 착한목자수녀회의 이희윤 대표 수녀, 의료봉사상을 받은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 |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34회 아산상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치료하고, 모로코에서 2만7000여 명의 결핵 환자를 치료하며 보건환경 개선에 기여한 외과의사 박세업(60) 씨가 대상인 아산상을 수상했다. 박씨는 아산상 상금 3억원도 받았다.
박씨는 부산대 의대 재학 시절 의료봉사의 꿈을 키우고 소외된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전공을 일반외과로 정했다. 2005년 가족과 함께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나 수도 카불의 큐어국제병원 일반외과장·바그람 미군기지 내 한국병원장을 맡아 주민 치료와 현지 의사·간호사 훈련에 힘썼다.
박씨는 병원 밖에서 사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보며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들이 사는 현장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음을 깨닫고, 50세에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보건학 공부를 시작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에는 국제보건의료 비영리단체인 ‘글로벌케어’의 북아프리카본부장을 맡아 아프리카 최북단의 모로코에서 현재까지 결핵 환자를 치료하며 보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19년부터는 모로코에 인접한 모리타니아에서도 결핵 퇴치 사업을 하고 있다.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소외된 소록도 주민들을 27년 동안 돌본 오동찬(54)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은 의료봉사상을 받았다. 미혼모, 성폭력·가정폭력 피해 여성, 이주 여성 등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복지 증진에 기여한 착한목자수녀회(대표 이희윤 수녀)는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의 상금은 각각 2억원이다.
제34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인 외과의사 박세업(왼쪽 두 번째) 씨가 모로코 주민들을 찾아가 진료하고 있는 모습.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 |
오 부장은 조선대 치대를 졸업하고, 1995년 국립소록도병원 공중보건의로 지원한 후 현재까지 한센병으로 소외된 소록도 주민 치료에 전념해 왔다. 특히 아랫입술이 처지는 한센병 후유증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국내 처음으로 ‘아랫입술 재건 수술법’을 개발, 500여 명을 치료했다.
착한목자수녀회는 1835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국제수녀회로, 한국에는 1966년 진출해 서울, 춘천, 군산, 제주 등에서 활동해 왔다. 1970년대 젊은 여성들을 위한 근로기숙사를 운영하며 미혼모를 돌본 것을 계기로 1979년 춘천에 미혼모 거주 시설인 ‘마리아의집’을 개설, 소외 여성들을 지원해 왔다.
이외에도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수상자 15명은 각각 상금 2000만원을 받았다. 아산재단은 총 6개 부문 18명(단체 포함)에게 상금 총 10억원을 수여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웃과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오신 수상자 여러분 덕분에 우리 사회는 더욱 따뜻해지고 있다”며 “아산재단은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봉사하시는 분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아산재단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 또는 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1989년 아산상을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