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 증가에 따라 뇌 영역 간 연결 강도↑, 기능 분리↑, 정보 전달 시간 ↓
뇌전증을 비롯해 향후 발달장애, ADHD 등 다양한 소아 신경 질환에도 적용 가능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헌민 교수 |
[헤럴드경제(성남)=박정규 기자]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헌민 교수가 세계 최초로 건강한 정상 소아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뇌의 연결성 변화를 분석한 ‘뇌신경 생리 연결성 지도’를 완성했다고 21일 밝혔다.
우리 몸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neuron)가 각자 수천 개의 연결을 형성하고 있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신경세포 사이에는 시냅스라는 공간이 있어 전기화학적 신호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 신호를 파동 형태로 표현한 것을 ‘뇌파’라고 한다.
뇌와 관련된 질환이나 이상 소견을 보이는 환자는 일반인의 뇌파보다 불안정하거나 특이한 양상을 보이는데, 특히 경련성, 발작성 질환의 경우 신경세포의 과도한 활성·흥분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뇌파의 활용도가 높다.
현재 뇌파 검사는 환자의 뇌파에서 특정 질환과 관련된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뇌전증(간질)의 경우, 뇌전증 환자들에게서 주로 관찰되는 ‘뇌전증파’ 혹은 ‘발작파’가 검사 결과에 나타난다면 이를 발작의 종류, 횟수 등의 정보와 종합해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 전략을 세우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건강한 정상 대조군 지표와 자세하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질환과 관련된 특징적인 뇌파의 유무와 발생 위치를 통계와 경험에 기반해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뇌파를 더욱 정밀하게 분석하고 질환의 근본적인 기전(매커니즘)을 자세히 밝혀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헌민 교수팀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치며 신경계 질환이 없는 소아 212명을 연령별로 구분해 성장 과정에서 뇌신경세포의 연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 세계 최초로 정상 소아의 뇌파 기반 뇌신경 생리 연결성 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뇌파 분석에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6개 주파수 대역을 기반으로 ▷4-6세 ▷6-9세 ▷9-12세 ▷12-15세 ▷15-18세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정상적인 뇌 성숙 과정에서 뇌신경계의 연결성이 변화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령이 증가하면서 뇌 영역 간 연결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기능은 분리되며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소아기부터 청소년기에 이르는 성장 과정에서 정상적인 뇌가 점점 효율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나타낸 결과로, 다양한 질환에서 관찰되는 뇌파 검사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기준점, 즉 정상 대조군의 뇌신경 생리 연결성을 표준화한 이른바 ‘지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연구팀은 주파수 8~13Hz 알파 대역에서 뇌 연결성의 변화 과정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주파수 대역에서 뇌 질환 환자들의 뇌파 검사 결과를 정상군과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한다면, 연결성에 문제가 생긴 신경세포의 네트워크를 파악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헌민 교수는 “그간 정상 대조군의 지표가 없어 뇌파 검사 결과를 정밀하게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에 완성한 뇌신경 생리 연결성 지도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신경세포의 전기적 작용과 연관이 깊은 경련발작, 뇌전증 등의 치료에서 활용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향후 발달 장애나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 자폐 스팩트럼 장애와 같은 다양한 소아 신경 질환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한 의료 인공지능 개발 사업 ‘닥터앤서 1.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근 국제 저명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Neurology’에 게재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닥터앤서 1.0 사업의 주요 참여기관이자 ‘닥터앤서 2.0’ 사업의 주관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