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씹고 또 씹어라.”
영양학이나 의학계에서 강조하는 말이다. 물론 사람이 아닌, 음식이 그 대상이다.
음식을 씹는 ‘저작(咀嚼)운동’은 식사 시간이 길어지긴 해도,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꽤 많다. 질환 예방부터 노화와 비만 방지까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저작운동의 효과가 입증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음식을 잘 씹어먹으면 우선 소화가 잘 된다. 씹을수록 침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침에는 천연 소화효소가 들어있는 것은 물론, 면역물질과 독성 제거물질도 함께 들어있다.
최근에는 저작운동이 당뇨 예방과 연관성을 가진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국제학술지 플러스원(PLOS One) 최신호에 실린 튀르키예의 논문에 따르면, 저작운동은 제2형 당뇨 환자의 혈당 수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운동과 혈당과의 연관성 연구를 진행한 결과, 치아 교합상태가 좋아 저작운동을 가장 잘하는 그룹의 혈당 수치는 다른 그룹에 비해 가장 낮았다. 연구팀은 “저작운동은 당뇨 예방에 좋은 식이섬유나 칼슘, 마그네슘의 영양소 흡수에도 도움을 준다”며 “음식을 잘 씹어 먹으면 식후 혈당 수치 감소와 인슐린 분비 증가에 기여한다”고 전했다.
씹는 행위는 뇌도 자극시킨다. 씹는 행위가 뇌로 들어가는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뇌 신경전달물질이 촉진되면서 뇌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고돼있다. 2013년 전남대병원과 일본 나라의과대학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치아 건강이 나쁘고 치아 수가 적은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도가 최고 1.7배까지 증가했다. 2021년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치과와 노화연구소의 공동 연구에서도 음식을 잘 씹지 못하는 노인은 저작력에 문제가 없는 노인에 비해 치매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운동이 인지와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 부분의 신경 활성도를 높여 학습, 기억 형성, 치매 예방의 효과로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즉 우리가 헬스장에서 근육운동을 하는 것처럼 ‘씹기’는 뇌를 운동시키는 방법인 셈이다.
강지원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는 “통곡물처럼 오래 씹을 수 있는 음식을 통해 저작운동을 잘 하면, 뇌혈류량이 증가되고, 치주막 진동으로 해마를 자극해 기억력·집중력을 활성화한다”고 말했다.
저작운동은 빨리 늙지 않는 얼굴과 노화 지연에도 좋은 운동이다. 정찬우 JF피부과 의원 원장은 저서 ‘껌으로 하트라인 얼굴 만들기’에서 노화지연에 좋은 간단한 방법으로 저작운동을 강조했다. 그는 2014년 단국대 치과대 논문을 인용하며 “저작운동을 통해 얼굴 근육을 고르게 발달시키고, 입체적인 볼륨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식도 방지된다. 우리가 포만감을 느끼려면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이 잘 나와야 하는데, 이 렙틴 분비는 식사 시작 후 최소 15분 지나야 분비된다. 저작운동을 통해 식사시간을 오래 끌수록 포만감 형성에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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