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음식 섭취가 우리의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연이어 보고되고 있다. 기존에는 뇌의 호르몬이 장(腸)에 영향을 미친다는 ‘뇌-장(腸)축’ 이론이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장-뇌 상호(gut-brain connection)’이론이 입증되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중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는 기존 이론에서 더 나아가, 염증 유발의 음식이 우울감 높일 수 있다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즉 음식이 감정 상태를 변화시키고 이에 따른 우리의 행동과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배고픈 상태에서 화가 더 쉽게 난다는 것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는 드물었으나 지난해에는 관련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영국과 오스트리아 공동연구진이 64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3주간 실험을 진행한 결과, 배고픔의 강도가 높을수록 분노·짜증의 감정 수치가 높아진 반면, 즐거움의 수치는 낮아졌다. 이는 연령이나 성별, 비만도, 식생활, 성격 특성 등을 고려해도 연관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하루 동안의 공복감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느끼는 공복감 수준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렇다면 왜 허기진 상태에서는 화가 날까. 과학자들은 뇌 시상하부 ARC의 신경세포 중 배고품과 연관된 AgRP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rue)에 실린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의 생쥐실험에 따르면, 음식이 부족한 경우 생쥐의 AgRP 신경세포는 부정적 감정을 활성화시켰다. 이러한 부정적 신호의 전달은 음식이 제공되자 즉시 멈춰졌다.
또한 배고픔과 부정적 감정의 연결에서 미각은 큰 관계가 없었다. 음식을 쥐의 위장에 직접 주입해도 AgRP신경세포가 전달하는 부정적 감정은 사라졌다.
이 연구진은 “실험에서 입증된 이러한 연결고리는 장(腸)과 뇌 사이의 수많은 연결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의 언급처럼 최근에는 ‘장-뇌 상호(gut-brain connection)’ 이론이 입증되면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중이다. 연구진은 이어 “우리의 기분 상태에 장내 미생물 환경에서 보내는 신호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장 내 미생물 환경이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최근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연구중 하나다.
2022년 1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라스무스 대학교 메디컬센터와 암스테르담 의과대학 공동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1000여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우울감이 있는 사람들의 장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특정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장 내 세균의 변화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면서 “당신의 감정은 타고난 기질에, 무엇을 먹느냐에 대한 영향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장과 뇌의 관계가 일방적이 아닌, ‘상호관계’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가 큰 일이 벌어졌다면 건강한 음식을 통해 장 내 미생물 환경을 변화시켜 우울한 감정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음식을 바꾸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강한 장 내 미생물 조성을 위한 효과적인 영양소로는 ‘식이섬유’가 꼽힌다. 2017년 국제학술지 비만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에 실린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 논문에서는 10년 동안 1600명 이상의 사람들을 추적조사한 결과, 가장 우수한 장 내 미생물 환경을 가진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가장 많은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