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연구팀 개발. |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국내 연구진이 자가 치유·복구가 가능하며 높은 화학적 안정성과 변형성을 가진 생체 피부 유사 복합 소재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재는 웨어러블 전자기기와 소프트 로봇, 모니터링 센서, 인공 피부 등에 널리 활용할 수 있어 높은 기술적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21일 아주대학교는 서형탁 교수(첨단신소재공학과·대학원 에너지시스템학과)팀이 복합 폴리머 소재를 이용하여 상온에서 빠르게 자가 치유가 가능하며 변형성·내구성·투명도가 높은 인공피부 신소재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웨어러블 전자기기에 적합한 피부 모사 자가 치유 및 스트레처블 기판(A Skin-like Self-healing and stretchable substrate for wearable electronics)”이라는 논문으로 화공·소재 분야의 저명 국제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1월호에 게재됐다. 아주대 대학원 박사과정의 야스민 루바야(Rubaya Yeasmin) 학생과 한승익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아주대 르따이 유이(Le Thai Duy) 연구교수(첨단신소재공학과)·안병민 교수(첨단신소재공학과·대학원 에너지시스템학과)도 함께 참여했다.
인간의 피부는 손상을 빠르게 감지, 손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가능한 빨리 손상을 복구하는 자가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인간 피부를 비롯한 생물학적 시스템의 자연 치유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얻어, 자가 치유 및 복구가 가능한 재료에 대해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 하버드대학과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관련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재료 플랫폼은 상온에서의 신속한 자가 치유 능력뿐 아니라 신축성을 갖춰야 하기에, 이를 통합 구현할 소재가 필요하다. 생체친화적인데다 화학적 안정성과 투명성까지를 필요로 하고, 이러한 고난도 특성을 지닌 소재는 큰 파급력을 가진다.
아주대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두 가지 폴리머를 활용해 새로운 중합 기술을 적용, 복합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폴리머는 폴리보론실로제인(PBS)과 에코플렉스(Ecoflex)라는 물질이다. 폴리보론실로제인(PBS)은 소재에 안정성을 부여하고, 에코플렉스(Ecoflex)는 소재가 잘 늘어날 수 있도록 고인장의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활용했다. 이 두 가지는 물질은 모두 생체친화적이며 인체 유해 성분이 전무하다.
연구진은 이 두 가지 소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화학적 교차 결합 기술을 구상하여 기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중합 소재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복합 소재를 활용하면, 졸-겔 공정으로 간단한 용액 합성과 2단계 저온 열처리를 통해 재연성 높은 합성을 할 수 있고 기판의 크기 조절 또한 쉬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아주대 연구팀이 개발한 이번 소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손상 치유 능력과 높은 신축성을 갖춰 인체 피부와 유사한 특성을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 소재가 재료 손상 후에 자동으로 치유되어 손상 30초 이내에 상온에서 기계적 특성의 100%를 회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소재는 신축성이 높아 잘 찢어지지 않기 때문에 원래 길이의 500%까지 늘릴 수 있다.
또한 변형이 잘 되는 소재의 약점으로 여겨지던 산성·염기성 용액에 대한 화학적 내구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100℃ 이상의 온도에서도 안정한 열적 내구성까지 갖추고 있다. 가시광에 90% 이상의 투과를 보이는 특성 또한 가지고 있어, 투명하고 유연한 디스플레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소재를 인체 부착형 웨어러블 스트레인 센서, 습도 감지 센서, 가스 감지 센서에 적용했다. 개발된 소재는 뛰어난 절연성을 가지고 있어, 전극과 유전체를 삽입하여 터치 센서를 구현할 수 있다. 또한 부착성이 높아 접착이 쉽기 때문에 손에 부착하여 터치 동작 감지가 가능하다. 변형·파손되어도 스스로 복원할 수 있기에 활용의 폭도 매우 넓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의료 분야에서의 원격 재활치료 진단, 산업 현장에서의 작업자 부착용 유해 가스 감지 장치 등에 적용이 가능해 원격 사물인터넷 센서 모니터링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형탁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생체 피부와 유사한 소재가 필요로 하는 자가치유성과 고변형성, 광투명성, 수분투습성, 화학적·열적 내구성 등 거의 모든 필요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인체에 부착하는 재활치료·모니터링용 웨어러블 센서뿐 아니라 신축성이 필요한 사물인터넷 센서와 소프트 로봇, 가스와 습도 등을 감지하는 산업 장치 등에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주관 해외우수신진인력지원사업, 기초연구지원사업, BK21 Four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