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은 최근 몸무게 1.1kg인 아기 윤슬이를 대상으로 동맥관개존증 비수술적 폐쇄술에 성공해 국내에서 이 분야 최소 체중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윤슬이의 퇴원을 앞두고 의료진들이 축하해 주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진영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윤슬이를 안고 있는 엄마 김노을씨 |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국내 동맥관개존증 비수술적 폐쇄술의 ‘최소 체중’ 기록이 경신됐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작은 체중이다. 삼성서울병원(원장 박승우) 소아청소년과 송진영, 성세인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8일 생후 2개월, 몸무게 1.1kg인 상태에서 동맥관개존증으로 비수술적 폐쇄술을 받은 아기 윤슬이가 최근 건강히 퇴원했다고 밝혔다.
윤슬이는 28주 4일만에 세상에 나왔다. 태어났을 때 몸무게가 680g에 불과했다. 초극소저체중 출생아로 이른둥이 가운데서도 작은 축에 속했다. 태어났을 때 윤슬이보다 작은 아이는 전국을 뒤져봐도 3 퍼센타일(percentile) 남짓에 불과했다.
윤슬이는 통번역가인 김노을(40)씨가 결혼 6년만에 어렵게 얻은 아이다. 노을씨는 윤슬이가 태어난 후로 하루도 걱정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했다. 윤슬이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숙아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심장병 중 하나인 동맥관개존증을 진단받았기 때문이다.
동맥관개존증이란 자궁 내 태아의 혈액순환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동맥관이란 혈관이 출생 후에도 계속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원래는 생후 초창기에 자연적으로 막히는 게 정상이다. 미숙아에서는 지속적으로 열려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열린 상태가 지속되면 심내막염이나 폐부종과 같은 합병증은 물론 심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윤슬이 또한 심장 기능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데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열린 동맥관을 막는 치료를 서둘러야 하는데 윤슬이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동맥관 개존증을 치료하는 데 쓰는 기구는 아기들이 보통 6kg 이상 자란 뒤에나 쓸 수 있다. 윤슬이처럼 미숙아들에게는 어렵다는 뜻이다.
송진영, 성세인 교수팀은 지난 2021년 12월 1,760g 아기를 대상으로 시술했던 경험을 되살렸다. 당시 국내 시술 사례 중 가장 몸무게가 적은 아이였다. 교수팀은 앞서 치료 때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최근 개발된 ‘피콜로(piccolo)’라는 기구를 이용하기로 했다. 최대 5mm에 불과한 피콜로는 윤슬이와 같이 특별한 경우에 쓰도록 제작됐다. 윤슬이의 연약한 몸이 견딜 수 있도록 매우 섬세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교수팀은 윤슬이의 다리 혈관을 통해 피콜로를 동맥관까지 이동시킨 뒤, 기구를 펼쳐 열린 동맥관을 막는 데 성공했다.
노을씨는 “송진영, 성세인 교수님을 비롯해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 모두가 자기 애인 것 마냥 애써주신 게 무척 고마웠다” 면서 “덕분에 밝은 모습으로 퇴원할 수도 있게 됐다. 아기를 잘 키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윤슬이는 태어날 때 와 달리 몸무게도 3kg을 훌쩍 넘겨 몰라보게 자랐다.
이번 시술을 주도한 송진영 교수는 “윤슬이처럼 몸무게가 적은 아이들은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아 어려울 때가 많다. 수술을 대치할 수 있는 비수술치료가 매우 도움이 된다. 치료를 잘 버텨준 윤슬이가 대견하고 고맙다” 면서 “앞으로 윤슬이와 같은 아기들의 치료 성공 경험이 더 많이 쌓이면 미숙아에서 심장병의 비수술적 치료가 대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송 교수는 윤슬이와 비슷한 몸무게(1.2kg)를 가진 다른 미숙아의 동맥관을 동일하게 막는데도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