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아침 식사는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라는 옛말이 실제로도 효과가 있을까.
음식은 무엇을 먹느냐의 선택뿐 아니라, 하루 중 ‘언제’ 먹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그동안 보고된 과학적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하루 세 끼중 상대적으로 아침 식사를 충분히 먹고, 저녁 식사는 적게 먹어야 건강과 체중조절에 유리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수마을에서도 이같은 식습관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오랫동안 장수마을을 연구해 온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사의 연구위원 댄 뷰트너는 2009년 저서 ‘블루존(Blue Zones)’을 통해 장수마을을 뜻하는 ‘세계 5대 블루존’을 발표하며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지난해에는 ‘더 블루존 아메리칸 키친’을 출간하며 “블루존의 가장 중요한 공통 비결은 아침 식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루존 사람들이 “하루 중 이른 시간에 대부분의 칼로리를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한 아침을 먹는다”고 말했다.
그가 연구한 모든 블루존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늦은 오후나 이른 저녁에 먹었으며, “늦게 저녁을 먹거나, 저녁을 많이 먹지도 않는다”는 설명이다.
과학적으로는 아침에 먹는 음식이 혈당 관리에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들이 보고돼있다.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아침에 더 잘 분비된다는 뜻이다. 즉 인슐린에 ‘민감’한 이른 아침에는 우리 몸이 혈류 속 포도당을 잘 활용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슐린에 ‘둔감’해지면서 밤에는 혈당 상승에 덜 반응한다는 의미다.
2022년 국제학술지 비만 리뷰(Obesity Reviews)에 발표된 호주 시드니대학교 의학·보건학부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성인 48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아침에 대부분의 칼로리를 섭취하는 이들은 저녁에 가장 많은 칼로리를 먹은 그룹보다 혈당 수치 및 인슐린 감수성이 크게 개선됐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도 좋아졌다.
2020년 국제학술지 임상내분비&대사학회지(J Clin Endocrinol Metab)에 발표된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교 연구진의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다이어트 실험결과, 오후 10시 저녁식사의 경우 오후 6시 식사에 비해 혈당 수치가 20%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식사 시간, 즉 언제 먹는가는 중요한 문제”라며 “저녁을 늦게 먹으면 동일한 음식을 먹더라도 혈당 상승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는 저녁을 늦게 먹을수록 불리한 점이 또 있었다. 바로 지방의 연소 또한 적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아침에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밤이 될수록 느려진다. 2021년 국제학술지 임상내분비대사학회저널에 실린 독일 뤼베크대학교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아침 식사는 저녁에 비해 ‘식사에 의한 열발생(DIT)’ 수치가 두 배 높았다. 즉 신진대사율이 높은 아침에는 저녁식사보다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체온을 올리면서 칼로리 소비가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아침에 저칼로리 식사를 할 경우 단 음식에 대한 식욕도 증가됐다”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 브리검(Brigham) 여성병원 연구진 또한 평소보다 4시간 늦게 저녁을 먹을 경우, 체중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생리학적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2022년 국제학술지 세포 대사(Cell Metabolism) 에 실린 해당 논문에 따르면, 늦은 저녁을 먹은 경우 지방 세포가 더 많은 지방을 저장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포만감을 나타내는 호르몬 렙틴의 수치는 이후 24시간 동안 감소했다.
언급된 연구들과 많은 영양사들은 “아침은 균형잡힌 영양소로 ‘충분히’ 먹고, 저녁은 ‘일찍· 가볍게’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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