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전자 현미경으로 본 모습. 왼쪽 타원형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다. [AP] |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흔히 ‘호환마마 보다 무서운 000’이라고 불리는 ‘마마’는 천연두를 일컫는 말이다. 천연두는 인류 최초의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천연두로 3억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시대 초상화를 보면 곰보얼굴도 놓치지 않고 세밀히 묘사돼 있다. 천연두는 종두법이 개발되기 전 호환(호랑이)보다 무서웠다. 천연두가 휩쓸고 지나간 마을에서는 살아남은 자가 드물었고 운좋 게 목숨을 부지하더라도 낙인처럼 평생 얼굴에 흉한 곰보자국을 갖고 살아야 했다.
두창, 포창이라고도 불리는 천연두는 19세기 영국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접종법을 발견하기 전까지 대유행을 되풀이하며 많은 사망자를 냈다. 1967년 200만 명이 천연두로 죽었으나, 이후 1978년 영국의 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된 2명의 환자를 제외하고는 감염이 보고된 적이 없다.
천연두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고 고열과 함께 전신에 발진이 나타난다.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전염병으로서 열이 나고 약 2일 후에 발진이 시작되어 구진·소포·농포의 단계를 거쳐 말라붙으면서 눈에 띄는 흉터를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발진은 얼굴부위에 특히 많이 나타난다. 천연두는 환자와의 직접·간접 접촉으로 감염되며, 보균동물이나 체외에서 일어나는 자연적인 바이러스 증식은 없다.
조선시대 후기에 만연했던 여러 가지 전염병 중 감염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았고 2주 정도를 버티면 흉터를 남기고 사라지지만 2주를 버티기 힘들었고, 낫더라도 흉한 곰보 자국을 남겼다. 당시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던 지석영이 천연두의 창궐로 한의학의 한계를 느끼고 서양에서 실시하고 있는 종두법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당시 1만 명 이상이 천연두로 사망했다. 하지만 1961년 이후로 감염자 발생 보고가 없었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연령대에선 사실상 천연두에 걸린 적이 없었다는 것으로 자연감염에 의한 면역 역시 없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천연두는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 세계 31개 국가에서 풍토병으로 남아 있었으나 예방접종을 실시했고 1978년 마지막으로 영국에서 보고됐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천연두 박멸’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그 이후에는 천연두 예방접종을 권장하지 않았고, 1993년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