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독성·저비용·합성 용이해 건선 등 피부 염증 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용 기대
뒷줄 왼쪽부터 김욱, 김은하 교수, 앞줄 왼쪽부터 노준기, 이왕희, 양예영 |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국내 연구진이 대표적 피부 염증 질환인 건선의 치료를 위한 새로운 방식의 나노입자 활용 기술을 제안했다. 해당 기술은 기존 건선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여러 염증성 피부 질환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 높은 기술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28일 아주대 김욱·김은하 교수(응용화학생명공학과·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 연구팀은 건선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나노입자 활용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는 ‘건선 치료를 위한 경피 흡수 제형 약물로써 히알루론산 나노입자(Hyaluronic acid nanoparticles as a topical agent for treating psoriasis)’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나노바이오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 ‘ACS Nano’ 11월1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아주대 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 박사과정의 이왕희·양예영 학생과 노준기 박사 졸업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건선은 전 세계 인구의 약 3%가 앓고 있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전염성은 없으나 재발 가능성이 높다. 피부에 붉은 발진이 나타나면서 두꺼운 각질이 쌓이는 증상을 보이며, 스트레스와 유전, 생활 환경과 면역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소 및 전신 치료, 광 치료와 생물학 제제 치료 등이 활용되고 있다.
아주대 연구팀은 건선을 비롯한 피부 염증 치료를 위해 자가조립 히알루론산 나노입자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을 제안했다. 자가조립 히알루론산 나노입자는 입자 내부에 약물을 담아 전달하는 ‘약물 전달체’로 사용된다. 생체 친화적이며 독성이 없고 생체 내에서 특정 수용체에 결합하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 약물의 표적 특이적 체내 전달을 위한 수단으로 활발히 연구되어 왔다.
아주대 연구팀은 약물을 포함하지 않은 자가조립 히알루론산 나노입자 자체에서 피부 투과 능력과 피부 염증 제어 및 건선 치료 효능을 발견했다. 이에 해당 나노바이오 기술이 기존 국소 및 전신 건선 치료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지 규명, 새로운 피부염증 질환 치료제로서의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물리·화학적 특성 및 조성 변화를 통해 다양한 종류 및 크기의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실험을 거쳤다. 그 결과 합성된 나노입자가 보유한 히알루론산 분해효소에 대한 저항성과 체내 안정성, 피부 투과 능력, 피부 염증 제어 및 건선 치료 효과가 소수성 물질의 종류와 히알루론산의 분자량과 관계없이 구(球)형의 외부 히알루론산 껍질에 의한 대식세포 및 활성 억제에 의한 것임을 확인했다. 또한 이러한 성질이 나노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향상됨을 확인하였다. 그 밖에도 피부 염증에 의해 파괴되는 피부장벽 기능이 히알루론산 나노입자에 의해 회복된다는 점도 규명해냈다.
현재 건선 치료를 위해서는 국소 치료제와 전신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바르는 약 방식의 국소 치료제는 치료 효능이 낮고 약효 지속시간이 짧다. 주사제인 전신 치료제는 그에 비해 치료 효능이 높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병원을 직접 방문해야 하기에 환자의 치료 편의가 낮다. 국소 치료제와 전신 치료제 모두 치료 중단 시 재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피부발진, 모낭염, 신장 및 간독성 등의 부작용이 존재한다.
이에 반해 히알루론산 나노입자는 독성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치료제와 비교하여 동등하거나 향상된 건선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히알루론산 나노입자를 구성하는 물질은 모두 내인성 물질로 독성이 없고 단가가 낮으며 합성이 용이해, 해당 나노입자 기반의 치료제는 기존 건선 치료제의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욱 교수는 “특정 약효가 있는 물질을 히알루론산에 접합하여 사용하거나 기존 약물 전달체로서의 기능을 융합해 나노입자에 특정 약물을 담아 투여하면, 나노입자 자체의 치료 효능에 약물의 치료 효능까지 추가된 이중 또는 다중 치료 효능을 갖는 약물 플랫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며 “이는 건선뿐만 아니라 다른 염증 질환에도 적용 가능하며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해 줄 수 있어 실제 환자 편의와 활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성과는 여러 분야 연구자들의 공동·융합 연구를 기반으로 도출됐다. 아주대 최상돈 교수(생명과학과·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와 성균관대 박재형 교수(고분자공학부), 중앙대 김정웅 교수(생명과학과), 가톨릭대 의과대학 이은경 교수(생화학교실) 및 광주과학기술원 송우근 교수(생명과학과)팀이 공동으로 참여했고, 국가신약개발사업단 국가신약개발과제(신약기반 확충연구)와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 및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