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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법
  • 2022.10.28.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이 발생했는데 수술할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었다가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라 국민의 충격이 더 컸다. 이러한 응급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데 가장 큰 병원으로 가도 수술할 의사가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긴 것이다. 대한뇌졸중학회의 발표를 보면 전국 응급의료센터 중 30% 이상이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단지 신경외과만의 문제는 아니다. 흉부외과, 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 전공의 지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필수 의료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나 병원 노조는 의사인력의 부족을 이유로 들며 의사 수 증원을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한다. 과연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것인가? 지금과 같은 의료환경이라면 의사 수를 늘려도 편하고 보험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 더 많은 의사가 몰릴 것이다. 마치 무의촌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 수를 늘렸더니 무의촌은 해결되지 않고 도시에서 진료하는 의사만 더 늘어난 것과 같다. 젊은 의사들이 힘든 외과 분야에 지원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문의를 획득한 후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고에 의하면, 외과 전문의의 50%, 흉부외과 전문의의 37%, 신경외과 전문의의 30% 정도가 자신의 전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요양병원과 의원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재 있는 전문의들조차 본인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며, 이 의사들부터 자신의 전공지식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첫째로 수가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수가제도는 행위별로 점수를 계산하는 상대가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전체 의료비용은 묶여 있고, 각 진료과가 높은 상대가치점수를 받아야 하는 ‘제로섬 게임’처럼 돼 있다. 기본적으로 이처럼 낮은 수가를 해결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우리나라와 의료환경이 가장 비슷한 일본의 경우 의료수가가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이다. 둘째, 의료 사고에 대한 대책 또한 마련돼야 한다. 진료나 수술 중에는 환자에 따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의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의 의료 사고를 온전히 의사만이 책임지는 상황이라면 그러한 분야는 점점 더 지원자가 줄어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 수련 과정 역시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가 18개나 돼 있어 실질적인 의대 교육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있고, 전공의 교육에서도 경험해야 할 것을 전부 경험하지 못하고 전문의를 따는 경우가 있다. 산부인과 의사가 출산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거나 외과 전공의가 맹장염 수술도 경험하지 못하는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관련분야 전문의 배출에 10년이상 걸리는 의대 증설보다 현재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의를 활용하는 방향이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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