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존속살해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병 환자에게 징역 12년과 치료 감호를 선고했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조현병 환자의 치료 환경 시스템 부재를 범죄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군 입대 이후부터 증상이 나타나 2015년 진단을 받았음에도 스스로 치료를 거부하면서 증상이 크게 악화됐던 것이었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견디다 못해 그를 떠났고, 아버지 혼자 아들을 돌보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종종 살해 위협을 느낀 아버지가 경찰 혹은 외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존속살인의 경우 한국은 34% 정도(서울지방경찰청 보고), 일본은 절반 정도가 정신질환에 의해 발생한다고 한다. 환자 대부분이 사회생활이 어렵고 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 가족과 충돌이 잦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조현병 환자들에 의한 살인 사건이 가끔 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며, 일반인들은 조현병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라고 인식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교도소 수용자 중 정신질환자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고,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과거에는 병원에서 치료받을 환자들이 지금은 교도소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환자의 인권을 중요시해 비(非)자의 입원이 까다로워지고 적절한 치료가 어려워져 가족과의 불화가 많은 것이 그 원인 가운데 하나다. 병식이 없어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을 조기에 치료해 범죄를 방지하고 본인의 정상적인 인격을 빨리 되찾게 해주는 것이 환자의 인권을 위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개인의 인권보호라는 명목하에 오히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질환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궁극적으로는 병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죄로 인한 형벌 위주의 현재의 교도 행정은 바뀌어야 한다. 물론 병으로 인해 죄를 지었다면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만약 치료받지 않고, 형기가 끝난 후 출소를 한다면 증상 때문에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교도소에서부터의 치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이러한 치료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찰, 검찰, 법원, 치료진, 당사자와 가족단체 등 관련된 모든 사람이 모여 구치소에서 지역사회로 연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재활을 돕고 더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 법무부와 전문가들, 그리고 플로리다 교정치료 시스템 관계자들이 미팅한 것은 국내 교정행정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국립법무병원에서 정신질환자이자 범죄자를 치료하는 차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이라는 책에서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의 목록에서 지우거나 덮어놓고 미친 사람으로 매도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하였다. 하루빨리 교정행정의 개선을 통해 그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나 역시도 소망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