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대표적인 난치병인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차세대 진단기법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적인 임상신경학저널에 발표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원장 정승용) 신경과 이지영 교수는 “파킨슨병 초기 환자의 황반부위에서 정상인과 구별되는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사실을 밝히고 망막의 두께 감소가 자세불안정, 보행장애, 인지장애, 환각증상 등 파킨슨병의 주요 징후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임상신경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네이처 리뷰스 뉴롤로지’에 게재됐고 임상의로서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로 논문을 발표한 것은 국내에서 이지영 교수가 처음이다.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은 아주 서서히 시작되어 진행되므로 언제부터 병이 시작됐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증상이 명확해진 뒤에야 뒤늦게 병원을 찾아 파킨슨병을 진단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이미 운동증상을 초래한 뇌신경계 조직의 신경퇴행이 절반 이상 진행돼 치료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파킨슨병은 신경퇴행이 나타나려는 초기 단계에 발견해 더 이상의 뇌신경세포 사멸이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에 따라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파킨슨병은 조기발견이 까다로운 빌병으로 최근에는 뇌 흑질에서 나타나는 조직 내 철분 함량 증가, 신경멜라닌 감소, 니그로좀 신호 소실 등의 미세조직변화를 감지하기 위한 뇌 자기공명영상(MRI)기법이 개발되고 있으나, 이 또한 흑질이 아닌 중추신경계 침범이 먼저 발생하는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존재했다.
이 교수의 이번 논문은 인체조직 중 뇌조직과 유일하게 직접 연결되어 있는 시신경과 망막의 구조적 변화와 파킨슨병 진행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 성과들을 집대성한 내용으로 망막의 두께 감소가 자세 불안정과 보행장애, 인지장애, 환각증상 등 파킨슨병의 주요 징후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지영 교수는 “뇌에 생기는 병리와 상호 연관성 속에서 MRI 검사와 망막의 영상기법이 더욱 발전해 나간다면 향후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병의 진행상태 및 예후를 판정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