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등 4개국서 3천여명에 임상 거쳐
사망·심근염 등 중대 이상반응 없어
구체적 접종대상·시기는 미확정
기저질환 소아는 우선접종 권고
학부모들, 안전평가에도 고민 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번지고 있는 이스라엘 중부 레호보트의 한 병원에서 25일(현지시간) 의료진이 코로나19 어린이 격리병동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달 들어서만 전체 인구(약 940만명)의 12%인 116만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 |
# 초등학교 1학년 8세 자녀를 둔 박모(40) 씨는 22일 정부가 5~11세용 코로나 백신을 허가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아직 접종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허가를 해준 만큼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씨의 고민은 최근 오미크론이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미미한 수준으로 계절독감 정도라는 정부의 발표도 있는데 혹시 모를 부작용을 무릅쓰고 굳이 아이에게 백신을 맞혀야 하느냐는 것이다. 박씨는 “정부가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0.08%로, 독감 수준과 다를 바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아들 또래의 감염자가 며칠 독감 수준의 증상을 보이고 인후통·기침 등이 없어져 격리 해제됐다는 주변 얘기도 들어 백신을 맞혀야 할지, 자연면역으로 놔둬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신규 확진자가 23일 기준으로 17만명을 넘어섰고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되는 3월 중에 하루 30만명의 확진자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백신을 안 맞히는 것도 찜찜하다”고 우려했다.
취재에 응한 다수의 전문가도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변하기를 꺼렸다. 한 전문가는 “민감한 문제라 뭐라 확실하게 권유를 할 수는 없지만 백신 제조사가 밝힌 부작용 등 과학적인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첫’ 소아용 코로나19 백신 허가, 접종계획 조만간 확정=국민의 코로나19 접종완료율(기본접종을 마친 비율)이 90%에 육박하고 3차 접종도 60% 가까이 달성됐지만 국내에서 10세 이하 아동의 백신 접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소아용 백신은 미국, 이스라엘, 스위스, 호주, 캐나다 등에서 허가 또는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5∼11세 대상으로 접종에 사용 중이다.
어린이들의 오미크론 감염 확산이 급증하자 정부는 23일 만 5∼11세 어린이가 접종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허가했다. 소아용 코로나19 백신이 허가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접종 대상과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질병관리청에서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소아용 백신의 국내 도입 일정 등을 고려해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접종이 시작된다면 1·2차 접종 간격은 3주다. 소아 3차 접종은 이번 허가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소아 중증 면역저하자는 2차 투여 4주 후에 3차 투여를 받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전문가들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등과 같은 국가 필수 예방접종이 예정돼 있다면 해당 접종과 시간차를 두고 코로나 백신을 맞히라고 권고했다.
식약처가 허가한 5∼11세용 코로나19 백신은 미국 화이자사가 별도로 개발해 생산하는 백신으로, 한국화이자제약이 지난해 12월 1일 식약처에 사전 검토를 신청했고, 이달 4일 수입품목으로 허가를 신청했다. 앞서 식약처가 12세 이상에 쓰도록 허가한 ‘코미나티주’와 유효성분 ‘토지나메란’은 동일하지만 용법과 용량에 차이가 있다.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며, 중증의 면역저하 어린이는 2차 접종 4주 후에 3차 접종을 할 수 있다. 허가 사항에 추가 접종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필요하다면 3차 접종에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다.
▶미국 등 4개국에서 3000여명에 임상…“안전성·효과성 확인”=식약처에 한국화이자제약이 제출한 자료는 미국, 핀란드, 폴란드, 스페인 등 4개국에서 5∼11세 어린이 3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다. 5∼11세 어린이와 코미나티주를 접종한 16∼25세 청소년 및 성인 간 안전성, 면역 반응, 예방 효과 등을 비교한 결과, 접종 후 이상 사례로는 주사 부위 통증이나 발적·피로·근육통 등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났다. 증상은 대부분 경증에서 중간 정도 수준이었다. 다만 주사 부위가 붉게 부풀어 오르는 발적, 부어오르는 종창 등은 16∼25세보다 더 많이 나타났다. 또 이상 사례는 1차 접종보다 2차 접종에서 더 많이 나타났으나 대개 발생 후 사흘 이내에 사라졌다. 사망이나 심근염 등은 나타나지 않았고, 약물과 관련한 중대한 이상 반응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영준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상 사례는 대부분 가벼운 수준이었으며 2∼3일 이내에 사라져, 크게 우려되지는 않는다고 본다”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백신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접종 후 중화항체가 비율과 혈청반응률 등 면역 반응에서도 효과가 입증됐고, 백신 접종에 따른 예방 효과는 90.7%로 파악됐다.
▶‘굳이 맞혀야 하나’ 부모들 의견 분분…“고위험군 소아에 우선 접종 권고”=허가는 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접종 대상과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큰 소아에게 우선으로 접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은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감염 시 위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비만, 만성 폐 질환, 심장 질환,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소아는 우선 접종 대상으로 권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숙 식약처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어린이를 코로나19 예방 및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첫 백신”이라고 말했다.
한편 10세 이하의 아이를 둔 부모들에서는 오미크론이 비교적 가벼운 독감 수준인데 굳이 부작용 위험이 있는 백신을 맞혀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여러 연구에서 백신을 맞고 오미크론에 감염된 경우 중증화율이나 치명율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특히 소아당뇨나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아동은 백신을 맞아서 얻는 이익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소아용 화이자 백신은 접종계획이 일러도 3월 중순께나 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쯤이면 오미크론 감염 추이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여 아동층의 감염 수치도 급증해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구체적인 접종시기 등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