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Play
  • 헬스
  • 암 전이 억제 가능한 새로운 항암 전략 개발
  • 2022.02.21.
아주대·일리노이주립대 공동 연구진, 포도당 대사 효소 HK2 암 전이 조절 역할 규명
[아주대 제공]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아주대 전상민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그동안 단순한 포도당 인산화 효소로 알려져 있던 HK2의 암 전이 조절 역할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HK2 조절을 통해 암 전이를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 전략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상민 아주대 교수(약학과)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그동안 포도당 인산화 효소로 알려져 있던 HK2가 비효소적 스캐폴드 단백질로 작용하며 세포 내 신호 전달 제어를 통해 암 전이 조절 역할을 함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관련 논문은 ‘HK2의 비효소적 스캐폴드 기능을 통한 EMT와 암전이 조절 역할(A non-catalytic scaffolding activity of Hexokinase 2 contributes to EMT and metastasis)’로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6일 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일리노이주립대 의과대학의 니심 헤이(Nissim Hay) 교수 연구팀이 함께 참여했다.

HK2(Hexokinase 2)는 포도당 대사의 과정인 해당과정(glycolysis) 중 첫 번째 단계인 포도당 (glucose) 인산화를 통해 포도당-6인산(glucose-6-phosphate)을 생성하는 효소로 그동안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관련 연구를 통해 간암과 유방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에서 HK2 발현이 증가되고 HK2 과발현과 암 전이와의 상관관계가 보고되면서 HK2의 암 전이 조절 역할과 그 작용 기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왔다.

이에 연구팀은 우선 두 가지 초기 데이터로부터 HK2의 비효소적 기능이 세포 신호 전달을 조절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첫 번째는 두 가지 포도당 유사체인 2-DG(2-deoxyglucose)와 5-TG(5-thioglucose)의 차이를 이용한 실험으로 2-DG와 5-TG는 세포 내에서 대사되지 않아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2-DG는 HK2에 의한 인산화를 통해 생성된 2-DG-6P가 세포 내에 축적되고 HK2에 결합하여 단백질 구조 변형을 통한 음성 피드백을 유도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었다(그림1 참고). 그 결과 흥미롭게도 2-DG만 암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GSK3의 인산화를 조절함을 발견했다.

두 번째는 HK2 비활성 돌연변이를 발현시킨 실험으로 HK가 발현되지 않는 세포에 HK 정상 단백질뿐 아니라 비활성 돌연변이 단백질을 발현시켰을 때에도 GSK3 인산화가 증가함을 발견했다. 그리고 2-DG의 효과는 HK2 정상 단백질이 발현될 때만 나타나는 것을 규명해 축적된 2-DG-6P의 HK2 결합을 통한 음성 피드백이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 실험 결과들을 통해 연구팀은 HK2 단백질 자체에 의한 비효소적 기능이 암 전이 조절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수립했고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HK2 단백질이 PKA와 GSK3의 복합체 형성을 매개하는 스캐폴드 단백질로 작용하여 PKA에 의한 GSK3 인산화를 조절함을 밝혀냈다(그림2 참고). 그리고 2-DG-6P 뿐만 아니라 세포 내 포도당-6인산(glucose-6-phosphosphate)에 의해서도 이러한 HK2의 스캐폴드 기능이 조절됨을 규명했다. 나아가 이러한 HK2에 의한 GSK3 인산화는 암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SNAIL 단백질 분해를 조절함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또한 유방암 전이 유전자 변형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실험(in vivo)에서 HK2-GSK3-SNAIL 경로를 통해 암 전이가 조절됨을 검증하였다.

전상민 교수는 “HK2는 그동안 포도당 인산화 효소로써의 기능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HK2가 효소 기능과 무관하게 세포 내 포도당 대사체인 G6P의 양을 감지하는 세포 내 포도당 센서로 작용. 암 전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포도당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포는 포도당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며 “이때 HK2가 포도당 센서로 작용하여 스캐폴더로써 PKA-GSK3-SNAIL 경로에 영향을 주어 세포의 생존을 위한 이동과 암세포의 전이를 조절하는 새로운 기전”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HK2 조절을 통해 암 전이를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전상민 교수 연구팀은 기초 연구 성과를 신약 개발로 이어가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전 교수는 최근 바이오 벤처 ㈜에스씨엘테라퓨틱스를 공동 설립, 진화독성학 기반 암 대사 표적 항암 전략을 수립하여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