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아픈 줄 몰랐죠. 그런데 집에 가서 보니 발에 화상을 입은 거예요. 뜨거운 줄 전혀 몰랐어요. 놀라서 바로 병원을 찾았죠. 당뇨 합병증이 무섭다고는 들었지만 발을 잘못 관리하면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니 그제야 겁이 나더라구요." (72세, 여)
당뇨병은 대사기능이 떨어져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아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다양한 합병증을 야기한다. 당뇨병 자체가 당장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주지는 않지만, 급성 당뇨의 경우 저혈당, 케토산 혈증 등이 생길 수 있고, 만성 당뇨의 경우 망막이나 신장, 신경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 중 다리 절단의 위험을 일으키는 것이 ‘당뇨발’로 불리는 ’당뇨병성 족부병증‘이다. 당뇨로 인해 혈액의 당 수치가 높아지면 신경세포가 죽어 감각이 무뎌지고, 상처도 잘 아물지 않게 되는 증상이 생긴다.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당뇨병 환자가 가장 피하고 싶은 합병증으로 꼽히며,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15%가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앓는 합병증이다.
특히 겨울에는 추운 날씨 탓에 혈관이 위축되면서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더욱 취약해질 수 있으며, 무뎌진 감각으로 인해 온열기구 등에 의한 저온화상이 생길 위험도 높다. 민트병원 혈관센터 배재익 대표원장(인터벤션 영상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은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성 족부병증을 피하려면 평소 발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작은 상처라도 조기에 알아채 적극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겨울에는 핫팩이나 히터 등 온열기구를 발 가까이에 두지 않고, 족욕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톱은 일자로 잘라 발가락에 상처가 나는 것을 막고, 혈압과 혈당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발을 항상 청결히 유지하고 건조하거나 갈라지지 않게 보습제를 발라 준 뒤 면양말을 신고, 쿠션감이 적당히 있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게 좋다. 너무 꽉 끼거나 땀이 차는 신발은 피해야 한다.
당뇨발은 치료를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예후가 천차만별이므로 가능하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흔히 멍이 든 것처럼 발가락과 말초 부위의 색이 변하는데 이러한 과정 없이 다리가 그저 무겁고 저리는 증상만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병원 상담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증상이 확인됐다면 심한 경우 다리 절단이 고려됐지만, 최근에는 되도록 발을 살리는 치료법이 권장된다. 보존 치료법 중에는 인터벤션(Intervention) 치료인 혈관개통술이 있다. 이 치료법은 폭이 2㎜ 정도인 작은 주삿바늘 크기의 구멍을 내고, 카테터, 풍선관, 스텐트 등 미세 의료기구를 삽입한 뒤 혈관의 막힌 부위를 개통하거나 쌓여 있는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할 경우 성공률은 90%, 다리보존율 95%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배재익 대표원장은 “당뇨발은 증상이 초기부터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으므로, 당뇨 질환이 있다면 발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 필수”라며 “평소 다리와 발이 차갑고 저리거나, 반대로 열감이 느껴지거나, 피부색이 붉거나 푸르스름하게 변한 것 같다면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