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고관절·척추 등 과도한 충격
치료시기 놓치면 합병증 사망까지
외출때 옷 손넣지 말고 지팡이 필수
활동 많은 아이들은 상태 잘 살펴야
본격적인 ‘눈’의 계절이 왔다. 지난 18일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올겨울 첫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눈이 5㎝ 이상 쌓일 것으로 예측될 때 내려지는 경보로 1시간 남짓 내린 폭설로 도로는 순식간에 빙판길로 변했다. 겨울철에 일어나는 골절은 주로 빙판길에 넘어지면서 발생한다. 가벼운 낙상으로도 손목 골절, 고관절 골절, 척추 압박 골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넘어질 때 순간적으로 팔을 짚거나, 엉덩방아를 찧으면 자신의 몸무게가 해당 부위에 그대로 실리게 되고, 원위 요·척골, 근위 대퇴골, 척추체에 과도한 힘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김덕호 교수는 “골절이 발생하려면 고에너지 손상이 필요한데 겨울철에는 강추위에는 옷을 두껍게 입다 보니 행동이 둔하고, 눈이 덮여 원래의 지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발을 헛디디거나 빙판길에 미끄러져 골절의 위험성이 높다”며 “특히 노인의 경우 가벼운 낙상이라도 신속히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하여 골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0대 이상 노인층, 고관절 골절 발생률 높아=손목 골절은 50~60대에 흔하고, 척추 골절은 60~70대에서 주로 나타난다. 고관절 골절은 주로 70대 이후에 발생하는데, 2018년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75세 이상의 고관절 골절은 5만 4천여 명에 이를 만큼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손목 골절이나 척추 압박 골절은 골절 양상에 따라 석고 고정이나 침상 안정 등 비수술적 요법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고관절 골절은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주위 식구들에게 말하지 않고 통증을 숨긴 채 누워만 있다가 치료 시기를 놓쳐 합병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가정에서는 어르신의 행동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고관절은 허벅지 뼈인 대퇴골과 골반이 연결되는 부위다. 고관절 골절에 대한 수술적 치료 기술이 발전해 예전과 달리 빨리 체중을 싣고 보행을 시작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변수는 바로 노인들의 평소 건강상태이다. 인체에서 가장 두꺼운 뼈가 부러지는 기저에는 대부분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심폐기능 장애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관절 골절 수술을 하는 경우 기력이 약해진 환자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기존 질환의 악화도 염려된다. 기존의 연구들을 보면 고관절 발생 후 1년 이내 사망률은 19~33%에 달한다. 따라서 가능한 한 번의 수술과 조기 체중 부하가 가능한 수술 위주로 진행하고 환자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출 시 지팡이는 필수, 집안에서도 방심은 금물=뼈와 근력이 약해진 노인들의 경우 낙상으로 인한 골절이 발생하면 치료과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겨울철 빙판길에서의 낙상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균형감을 잃지 않도록 손을 주머니에서 넣고 다니지 말고 장갑을 끼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눈이 내려 빙판길이 만들어지면 노인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외출 시에는 반드시 겨울용 지팡이를 지니고, 길을 걸을 때 항상 착지에 집중해야 한다. 신발은 굽이 낮고 폭이 넓으면서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것을 신는 것이 좋다. 집안에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필요한 물건은 손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사용하는데 편리한 곳에 보관하자. 특히 화장실이나 베란다는 물기가 없도록 주의하고 슬리퍼 역시 미끄럽지 않은 것을 사용하거나 미끄럼방지 안전판을 설치하는 것도 추천한다. 실내 보온에 신경 쓰고 추위에 몸이 경직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아, 뼈에 금이 간 부전골절 바로 알아채기 어려워=문제는 뼈가 완전히 부러지면 통증이 심해 병원을 바로 찾게 되지만, 금이 가거나 부러진 뼈가 서로 맞물리면 당장 큰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참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도 하고, 뼈에 금이 가도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호자가 초반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소아 골절이 가장 잘 나타나는 신체 부위는 팔이다. 소아 골절의 75%를 차지한다. 본능적으로 넘어질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뻗은 채 손을 지면에 짚으면서 팔꿈치 관절(주관절 상완골 과상부) 골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내반/외반 변형이 발생할 수 있어 진단과 치료를 하면서도 변형 여부를 계속 살펴야 한다.
만약 골절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X-ray 촬영을 해야 한다. 소아의 경우 성인과 달리 뼈의 골화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골화 중심이 연령에 따라 나타나는 시기가 다르다. 따라서 골절 진단 시에 골절이 되지 않은 반대쪽도 같은 방향에서 촬영해 양측을 비교 관찰하며 진단한다. 특히 성장판 골절은 진단이 까다로워 CT, MRI 등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김덕호 교수는 “만약 아이와 함께 있다가 골절 사고가 났다면 가장 먼저 해줘야 할 응급처치는 부목 고정이다. 부목 고정으로 사고 당시 형태를 유지하여 골절부 주변의 연부조직 손상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뼈에 금만 간 부전골절, 불완전골절에서 부목 고정은 수술 여부를 낮춰 준다. 따라서 골절로 변형이 발생한 사지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고정한 채 최대한 빨리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