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진출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
프랑스 별도 법인 ’메종드꼬레’ 브랜드 세워
프랑스 까르푸에서 먼저 한국 식품 문의
소비자 데이터 기반의 ‘코리안 스트리트’ 브랜드도
K-푸드의 소스류 개발ㆍ데이터 부족은 해결 과제
[리얼푸드=육성연 기자]“프랑스 까르푸(Carrefour)에서 연락이 왔어요. 냉동식품 분야에서 ‘코리아’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자고 하더군요. 기존까지 아시아 식품을 다소 보수적으로 대하던 까르푸였는데 굉장히 파격적이고 신선한 제안이었습니다”
김직 루에랑 대표는 “프랑스에서 인지도가 낮았던 한국 식품이 이제는 까르푸에서 카테고리가 따로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루에랑 제공] |
미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콧대가 높은 프랑스에서 대형유통업체가 먼저 요청을 해온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경우였다. 까르푸가 손을 내민 업체는 대기업이 아닌 K-푸드 스타트업(신생기업) 루에랑(Lou et Lang)이었다. 루에랑은 국내 업체들과 협력해 한국 식품을 유럽에 수출하는 식품 유통 전문기업이다. 김직 루에랑 대표는 “일본의 식품 코너 옆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한국 식품이 이제는 대형마트 내 카테고리가 따로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며 달라진 유럽 분위기를 전했다.
프랑스 까르푸 매장에 진열된 한국 냉동만두 [루에랑 제공] |
루에랑은 프랑스의 주요 유통 분야에 안착한 한국 업체의 대표 사례이다. 지난해 말에는 농심에서 처음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해 협업을 진행한 컵라면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20개 국에 수출중이며 지난 4월 기준으로 매출액은 전년대비 1000% 이상 성장했으며, 올해는 300억 가량의 매출이 예상된다.
“부친이 운영하는 냉동만두 제조회사 ㈜지엠에프에서 근무를 하던 중, 2017년에 프랑스로 유학을 갔어요. 그곳에서 느낀 것은 앞으로는 공급망 관리가 큰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는 거였죠. 결국 루에랑의 독립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김직 루에랑 대표는 “유럽 최대 아시안 식품 유통사 크레옌홉 & 클러지(K&K)에서 한국 식품을 수출한 이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했다.[루에랑 제공] |
불과 13년 전, 그가 유럽출장을 갔을 때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그는 “일본산 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영업을 해오던 한국 식품이 이제는 K-푸드만으로도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특히 보이그룹 BTS(방탄소년단)가 유럽투어를 할수록 유럽 매체들의 K-푸드 이야기는 늘어났다.
지난해부터는 유럽 최대 아시안 식품 유통사인 크레옌홉&클러지(K&K)에도 독점납품을 하고 있다. 주로 태국이나 베트남, 일본에서 식품을 수입하던 독일 업체였으나, 재미있는 점은 “한국 식품을 수출하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말을 루에랑 측에 전해온 것이다.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메종드 꼬레 제품들(좌), 농심과 협력한 수출 컵라면(우)[루에랑 제공] |
수출 성장에는 현지화 전략이 큰 역할을 해냈다. 프랑스에서는 ‘메종드꼬레’ 브랜드를 별도로 만들었다.
“프랑스인은 새로운 식품을 원하면서도 불어로 얘기하지 않으면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제품에 코리아를 불어(꼬레)로 넣어보자고 했죠. 이렇게 탄생된 것이 ‘메종드꼬레’ 브랜드입니다”
저평가된 아시아 식품의 편견을 깨기 위해 포장에도 신경을 썼다. 만두를 화려한 종이 케이스에 하나씩 넣는 등 차별화된 고급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만두, 라면, 과자, 김 등 현재 메종드꼬레 식품은 54개로 늘어났다.
현지 스타일에 맞췄으나 의외의 반응도 있었다. ‘프랑스인은 매운 맛을 싫어한다’는 예상이 기분좋게 빗나간 것이다.
“사실 불닭맛 라면은 매운 한국산 라면의 정체를 잃지 않으려 끼어넣은 제품에 불과했어요. 불고기, 치즈까르보나라, 코코넛 라면을 납품했으나, 불고기 다음으로 잘 팔리는 것이 불닭 맛입니다. ‘반짝’ 매출 또는 ‘수도권’에 한정된 수치가 아니에요. 프랑스 전역에서 꾸준히 잘 팔립니다.”
프랑스 대형마트 모노프리에 진열된 ‘코리안 스트리트’ 제품들(좌), ‘코리안 스트리트’ 소스 3종(우)[루에랑 제공] |
여기서 더 나아가 직접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에 참여한 ‘코리안 스트리트’ 브랜드도 만들었다.
“각종 자료를 분석해보니, 유럽에서는 아시아식품 중 면류와 소스류 소비가 대부분(80%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이를 반영해 내놓은 것이 ‘코리안 스트리트’의 소스류 (바비큐, 김치, 핫소스 맛)입니다.”
김 대표는 유럽에서 아시아 소스류의 소비 비중이 높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소스가 특별히 없다고 언급했다. 고추장과 된장은 미소(일본 된장)만큼 인지도가 높지 않으며, 이는 한국 음식에 사용되는 장류이기에 현지인이 사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태국의 스위트 칠리소스나 베트남의 스리라차와 같은 테이블소스(식탁에 두고 바로 먹는 소스)는 한국산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그가 소스류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풀어야 할 과제는 또 하나 있었다. 김 대표는 “K-푸드를 누가, 왜 사가고, 어떻게 먹고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했다. 유럽 내 K-푸드의 매출 상승은 단순히 BTS 팬의 열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어 “유럽인은 한국에 대한 무엇인가를 굉장히 소비하고 싶어하지만 라면, 김치, 만두를 제외하면 식품들이 다양하지 않다”며 “현지 감성을 읽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유럽의 소비 시장은 이제 준비가 됐다. 그의 말처럼 K-푸드의 다음 단계는 이러한 고민들이 풀어지는 과정에서 한걸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