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시기 빨라지면 생물다양성 감소”
‘퓨처푸드52’ 재료로 비건 도시락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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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F 2024 판다토크(Panda Talks)’에서 선보인 비건 도시락. 육성연 기자 |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디저트까지 모두 식물성이라고요? 비건(vegan·완전채식) 도시락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전혀 모를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WWF 2024 판다토크(Panda Talks)’에 참가한 30대 이모 씨는 비건 음식을 처음 먹어봤다며 음식 맛에 만족해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스위스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자연보전기구다. 이번 행사는 WWF 코리아의 10주년 기념으로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마트, 엘지생활건강 등의 WWF 협력사와 일반 후원자로 구성된 200여 명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참가자들을 가장 먼저 반겨준 비건 도시락은 한식 요리사 명현지 셰프가 ‘미래를 위한 웰컴푸드’라는 주제로 준비한 메뉴였다. 여기에는 지속가능한 푸드의 비결이 숨겨져 있었다. 명현지 셰프는 “식재료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그런 의미에서 ‘퓨처푸드(Future Food) 52’로 선정된 식재료를 최대한 이용했다”고 말했다. ‘퓨처푸드 52’는 WWF가 이마트, 서울대학교 연구진과 협력하는 프로젝트다. 영양소가 풍부하면서 지구환경에 도움되는 식재료를 선정한다.
도시락 쌈밥에는 강낭콩밥과 함께 된장, 들깻가루로 양념한 무청 시래기가 들어갔다. 호박씨를 넣은 고소한 쌈장도 곁들여졌다. 앙증맞은 컵케이크에는 하얀 순두부가 크림처럼 놓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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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육성연 기자 |
이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강연이 진행됐다.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올해 1월, 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복수초(福壽草)의 개화 소식이 전해졌다”며 “빨리 핀 노란 꽃이 반가울 수도 있지만, 환경 측면에선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빨라지는 개화 시기는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정수종 교수는 “빨리 꽃을 피운 복수초가 벌을 기다릴 때 아직 벌은 월동 중”이라며 “벌이 나왔을 때는 꽃이 이미 없어져 벌의 생존도 어려워진다”고 했다.
실제로 복수초의 개화시기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서울 홍릉숲 내 복수초의 평균 개화일은 1월 24일로, 20년 전보다 한 달 이상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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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을 피운 복수초 [태백산국립공원 제공] |
정 교수는 “복수초처럼 밀원식물(벌에게 꿀과 꽃가루 등 먹이를 주는 식물)과 벌 사이에 시간이 불일치되면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결국 생태계는 기능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우리 먹거리에 위기가 닥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도 더 증가한다는 뜻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 글로벌 에너지연구소(EI)의 보고서에선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 2000년보다 50% 증가했다.
박민혜 WWF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는 ‘속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점점 빨라지는 기후변화 속도로 생물다양성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기후위기는 ‘나 혼자 해서 뭐하나’라는 생각으로 쉽게 그만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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