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낫지않고 ‘감기보다 아프다’면 의심
고위험군 증상 오래가면 상황 더 악화
하루 3번 밀폐된 실내공기 순환시켜야
지난 22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 코로나19 감염 환자 증가 등으로 인한 마스크 착용 권고 안내 배너가 설치돼 있다. 배너 앞을 휠체어를 탄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 |
1년 넘게 잠잠하던 코로나19가 오미크론의 하위변종이 KP.3의 출현과 함께 최근 들어 다시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220곳 의료기관의 코로나19 표본 감시 입원환자 수는 지난 7월 둘째 주 148명에서 이달 셋째 주 1444명으로 5주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입원환자의 연령대별로는 65세 이상이 전체 입원환자 수의 65.6%를 차지했다. 이어 ▷50~64세 18.1% ▷19~49세 10.2% ▷0~6세 4.1% ▷7~18세 2.0%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여름철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데다, 휴가철을 맞아 접촉과 이동이 늘면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1일 코로나19 대책반 브리핑에서 “올해 여름철 유행은 8월 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고, 유행 규모는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라며 “현재 유행 상황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있었던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닌 코로나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화되는 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마스크 미착용이 일상화되고 방역이 느슨해진 현실에서 확산이 생각보다 더 크게 일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면역은 3~4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그런데 겨울이었던 지난 1~2월 유행 이후 벌써 반년 가까이 지나는 시점인 데다 면역 회피 능력을 가진 새로운 변이가 들어와 유행을 좀 더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연령층과 면역 질환, 만성 질환이 있는 분은 가급적 사람이 모이는 곳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고 전체적인 유행을 줄여주는 데 기여한다”며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 확산을 막는 최선책”이라고 덧붙였다.
전파력 강해진 KP.3 변이
이번에 재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오미크론 하위 변종인 KP.3로, 변이를 통해 기존 면역력을 회피하는 특성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19 양성 반응 대비 KP.3 검출률 이달 둘째 주 기준 56.3%로, 절반 이상을 차지?다. 지난 6월(12.1%)에 비해서는 네 배 이상으로 높아진 수치다. 기존 면역력을 회피하는 특성이 커서 이미 백신을 접종받았거나 감염으로 자연히 면역력을 갖게 된 사람도 다시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우려되는 사항이다.
폭염에 냉방이 증가하며 코로나19의 증상이 나타나도 냉방병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 엄중식 교수는 “코로나와 일반 감기, 냉방병과 다른 점은 증상은 별 차이가 없지만, 냉방병은 열이 나는 경우가 드물고 일반 감기는 보통 48시간에서 72시간 안 넘어가는, 비교적 가볍게 넘어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이와 달리 코로나는 고열·인후통·기침·콧물이 생각보다 호전이 잘 안 된다. 고령자나 고위험군은 증상이 오래가면서 점점 나빠지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 구별은 어렵다”며 “지금은 독감 유행 단계가 아니라서 ‘감기인 것 같은데 많이 아프다’고들 하는데 이 경우 코로나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병청 발표대로 코로나19 확진자 중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율이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져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하지 않는 환자가 많다”며 “특히 고령층 등 고위험군의 경우 뒤늦게 코로나로 진단되는 사례가 있다. 고위험군은 기침, 발열 등 증상이 생기면 즉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형식 대전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철에는 에어컨 사용으로 환기 시간이 현저히 줄고, 휴가철 이동량이 늘면서 호흡기 감염병이 전파되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며 “엔데믹 선언 이후 표본검사만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숨은 감염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확진 시 격리 의무가 권고로 바뀐 만큼 검사 수도 줄어 숨은 감염자 간 전파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걸렸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질병청은 코로나19의 위기단계를 지난 5월 ‘경계’에서 ‘관심’으로 하향하며 자율적 방역 실천으로 완전 전환했다. 위기단계 하향에 따라, 코로나19에 걸렸어도 과거처럼 ‘5일 격리’를 준수할 필요는 없다. 큰 증상이 없으면 24시간 이내에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소자 선제검사도 기존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돼 의무사항이 아니다. 마스크 착용의무도 ‘권고’로 전환됐기 때문에 시설 출입 시 착용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 의무의 해제일 뿐 전파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코로나19 검사의 경우 증상이 있어도 본인 부담 검사가 원칙이다. 검사도 역시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보건소에서 선별진료소 운영이 종료되었기 때문에, 증상이 있어도 검사는 본인 부담으로 해야 한다. 검사비용 가격은 병원마다 상이하므로 사전에 문의하여 정확한 비용과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해외여행을 간다면 이동하는 국가의 경우 국내와 다른 코로나19 방역 지침이나 규제가 있을 수 있어, 미리 해당 국가의 코로나19 방역 관련 규제사항을 살펴봐야 한다.
예방 수칙,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것도 전염을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한다는 직장인 김모(55) 씨는 “새 코로나 변종이 확산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고 주변 지인도 다수가 변종 코로나에 재감염이 됐음에도 거리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공공장소에 가능하면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영장, 영화관. 백화점 등 다중집합시설의 경우 막바지 피서객이 몰려 감염 위험이 큰 상황이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침 예절 실천 ▷올바른 손 씻기의 생활화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 만지지 않기 ▷실내에서는 자주 환기하기 등 기존 예방 수칙 준수에 충실해야 한다.
최원석 교수는 “코로나 재유행과 관련해 기존 예방법에는 변함이 없다”며 “특히 고령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여전히 위험하기 때문에 감염 예방을 위해 사람이 많고 밀폐된 실내에선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신형식 교수는 “코로나뿐만 아닌 백일해, 수족구병 등 다른 감염병도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방역수칙 철저한 준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갈 때는 마스크 착용을 하는 것이 좋으며, 외출 후와 코를 풀거나 기침·재채기 후에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는 눈·코·입을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실내 환기는 하루에 3회 이상 10분씩 환기를 시켜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열 건강의학선임기자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