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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아이 출산 최적기는 30대 초반”
  • 2024.08.02.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교수팀 368만명 연구
조산 위험, 40대 이상이면 55% 이상 증가

임신에도 가장 효율적인 때가 있다. 건강한 임신과 출산에는 자궁 내 환경에 직접 영향을 주는 여성의 ‘나이’가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2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30대 초반이 첫 아이를 낳는 가장 적정한 시기라는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이 학술지 ‘대한산부인과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보다 나이가 많으면 임신성 고혈압(임신중독증), 당뇨, 전치태반 등 각종 위험이 뒤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서울병원의 오수영·성지희 산부인과 교수, 조주희·강단비 미래의학연구원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 연구팀은 2005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5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토대로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368만 5817명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이들 산모를 초산 나이에 따라 ▷25세 미만(15만3818명) ▷25~29세(84만5355명) ▷30~34세(173만8299명) ▷35~39세(78만 7530명) ▷40~44세(15만1519명) ▷44세 초과(9296명)으로 나눴다.

논문에 따르면 첫 아이를 출산하는 산모의 나이는 갈수록 증가했다. 고위험 임신의 기준이 되는 35세 이상 초산모는 2005년 18.15%였으나, 2019년에는 38.42%로 두 배 이상 많아졌다. 통계청이 2005년 당시 29.09세였던 첫 아이 출생 산모의 평균 나이가 2022년 32.84세로 늘어났다고 보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경향은 40대 이상에서 두드러졌다. 40~44세 초산모는 2005년 기준 15.96%에서 2019년 30.44%로 두 배가량 늘었다. 44세 이상 초산모도 2005년 2.06%에서 2019년 7.47%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시기가 늦춰지면서 그에 따른 임신합병증 위험도 덩달아 커졌다. 초산모 나이의 증가에 따라 임신성 고혈압 발생률과 제왕절개 수술률도 비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임신성 고혈압 발생률은 25세 이하에는 2.5% 였으나, 44세 이상에는 10.2%로 4배 가량 높았다. 제왕절개 수술률도 25세 이하에서는 29.5%였으나, 44세 이상에서는 7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조산의 원인 중 하나이면서 분만 시 대량 출혈을 일으키는 전치태반 발생 역시 25~29세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35세 이상에서는 두 배, 40세 이상에서는 세 배가량 위험도가 증가했다. 실제 조산 위험도 높았다. 25~29세 기준으로 조산의 상대 위험도가 30~34세에서 7% 증가했으나 ▷35~39세 26% ▷40~44세 55% ▷44세 이상 85%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조산의 주요 원인인 다태임신을 보정한 결과다.

이번 연구에서는 초산모 나이에 따라 출생아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예후도 확인됐다. 출생아의 질환별 발생 위험을 추적관찰기간(중앙값 10.4년) 동안 살펴본 결과 자폐와 뇌성마비가 산모 나이에 따라 증가했다. 25~29세를 기준으로 비교 시 자폐는 40~44세 출산에서 29%, 44세를 넘어서면 50% 이상 증가했다. 뇌성마비 역시 40~44세 출산에서 29%, 44세 초과인 경우 54%로 위험도가 커졌다. 이를 종합, 첫 번째 임신의 최적 출산 연령을 30대 초반으로 꼽고, 이 시기를 넘어서면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산모와 출생아의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오 교수는 “산모 연령 증가에 따른 조산과 장기 예후에 대한 영향은 최근 여성이 선택하는 난자 동결과 같은 방법만으로는 대처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임신을 위해서는 ‘자궁 내 환경’이 중요하다. 임신 합병증뿐만 아니라 출생아의 장기 예후도 산모 나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만큼 적정 시기에 맞춰 출산할 수 있도록 부부가 함께 계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출생아의 장기 예후에 관여하는 요소에는 산모의 나이 뿐 아니라 남편의 나이도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해외 연구들에서 잘 알려진 부분”이라며 “국가 빅데이터 연구임에도 남편의 나이를 같이 분석할 수 없었던 것이 이 연구에서 아쉬운 점”이라고 부연했다.

김태열 선임기자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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