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따라 특정 성분에 민감하면 부작용
설탕보다 혈당지수 낮지만, 상승 요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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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식품업계에 ‘제로슈거’·‘제로칼로리’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급증하는 인공감미료 사용에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인공감미료는 악명 높은 설탕에서 우리를 구원해주는 ‘영웅’이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과다 섭취’다. 음료, 과자, 아이스크림 등 마치 설탕이 사라질 기세처럼 인공감미료 사용 신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인공감미료가 들어간다면 소비자는 쉽게 과다 섭취할 수 있다. 인공감미료의 열량과 당분이 ‘제로’일지라도 과다 섭취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주된 입장이다.
신성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인공감미료를 과다 섭취하면 가스가 생성되거나 복부팽만,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특히 사람에 따라 특정 인공감미료에 민감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당알코올인 말티톨이나 에리스리톨 등에 예민한 체질이라면 복통과 설사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얼마 전 커피전문점에서 ‘제로 아샷추(아이스티+커피샷)’가 맛있어서 두 잔을 마셨더니 설사를 했다”며 “인공감미료의 부작용을 처음 겪었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커피전문점은 관련 메뉴에 “과다 섭취 시 설사 등의 증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의 문구를 표시해 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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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문제를 안심하기에도 이르다. 물론 ‘설탕보다는’ 혈당지수(GI·혈당이 오르는 속도)가 크게 낮지만, 혈당 개선 효과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인공감미료 당알코올 중에서도 혈당지수가 높은 말티톨이 대표 사례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아스파탐이나 에리스리톨 등의 혈당지수는 0이지만, 말티톨은 35에 달한다. 설탕 혈당지수의 60% 수준이다. 당뇨 환자가 ‘무설탕’ 표기만 보고 다량 섭취한다면 혈당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또 단맛에 둔감해지고, 인슐린 민감성이 저하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미국 예일대학교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세포대사(Cell Metabolism, 2020)에 실린 연구 논문을 통해 “인공감미료와 탄수화물(당류)이 함께 들어간 식품을 많이 먹으면 단맛에 대한 뇌의 반응이 떨어지고, 당 섭취 시 나타나는 인슐린 민감성이 저하된다”고 밝혔다. 인슐린 민감성이 낮아지면 혈당을 잘 조절하지 못해 2형 당뇨 위험이 높아진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비설탕 감미료 가이드라인(2023)’을 통해 “최신 연구 283건을 검토한 결과, 대체감미료를 장기간 섭취하면 2형 당뇨 등의 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대부분의 가공식품들은 혈당 상승을 유발하는 다른 성분들도 많다. 신성재 교수는 “인공감미료는 설탕보다 혈당 상승을 일으키지 않지만, 인공감미료 함유 가공식품들은 감미료 이외의 성분들로 혈당 상승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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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감미료 과다섭취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들은 연이어 보고되는 중이다. 지난 4월 국제학술지 첨단영양학회지(Frontiers in Nutrition)에는 인공감미료 네오탐의 과다섭취가 장내 미생물을 병들게 한다는 연구 논문이 실렸다. 지난 6월엔 자일리톨과 심혈관질환 위험과의 연관성을 입증한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병원 연구진의 논문이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소개됐다.
장기적으로는 단맛에 길들여지는 ‘나쁜 식습관 형성’의 위험도 있다. 단맛을 통제하지 못하는 ‘단맛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인공감미료 함유 제품들은 흔히 건강을 위해 당류와 열량을 줄이는 것으로 홍보되고 있으나, 사실 기업의 원가절감 이유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전 세계 설탕 가격의 불안정성이 이어진데다가 인공감미료는 설탕보다 몇백 배까지 단맛을 낸다”며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면 대부분 원가가 크게 절감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최근 연구에선 인공감미료 과다 섭취가 장내 세균총의 변화를 일으켜 혈당반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됐다”며 “아직까지는 설탕의 안전하고 건강한 대안으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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