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높이거나 작은 그릇 · 고체 식감일수록 식사량 줄어
식이섬유 먼저 먹는 ‘거꾸로 식사법’도 주목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에게는 ‘포만감’이 가장 절실한 무기다. 포만감 없이 배고픈 상태가 지속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포만감은 같은 식사량 일지라도 어떻게 식사를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식재료에서는 식이섬유가 포만감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심리적인 전략을 펼치려면 그릇의 형태나 식감 차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칼로리가 낮으면서 포만감을 높여주는 대표 영양소는 식이섬유이다.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식단에서 식이섬유가 부족하거나 정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해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게 되면 식사 후 한 두 시간 내에 ‘가짜’ 배고픔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식이섬유의 ‘기특한’ 역할을 활용한 식사법이 바로 ‘거꾸로 식사법’이다. 일명 걸그룹 ‘소녀시대 식단’으로 유명하며, 1년간 거꾸로 식사법을 실행한 뒤 15㎏을 감량한 사연이 TV방송을 통해 소개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방법은 기존에 먹어오던 밥→반찬→후식이라는 순서를 거꾸로 바꾸는 것이다. 채소나 과일 등의 샐러드를 가장 먼저 먹고, 단백질 반찬, 그리고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인 밥을 먹는다. 어느정도 배가 채워진 상태에서 탄수화물을 먹기 때문에 섭취량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식이섬유가 탄수화물보다 먼저 장에 도달하므로 혈당 수치의 급격한 상승도 막을 수 있다.
환자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일본 가지야마 내과 연구에서는 식사 순서의 변화만으로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코넬대학에서는 과일을 먼저 먹은 그룹이 계란, 베이컨을 먼저 먹은 그룹보다 칼로리를 적게 섭취했으며, 기름진 음식에 대한 유혹도 덜 느꼈다.
음식에 대한 심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식감에 따라 달라지는 포만감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2020)’에 실린 영국 리즈대학교 연구진의 실험결과, 액체보다는 고체 형태의 음식이, 같은 액체일 경우에는 점도가 높을수록 배고프다는 느낌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동일 열량이라면 마시는 음료보다 걸쭉한 죽이, 이보다는 씹을 수 있는 음식의 선택이 다이어트에 유리하다는 결론이다.
최근에는 접시 형태에 따라서도 포만감이 달라진다는 국내 연구가 나왔다. 대한영양사협회 학술지 최근호에 실린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장은재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그릇의 밑바닥을 높여 특수 제작한 밥그릇(착시 밥그릇)에 김치볶음밥 300g을 담아서 제공한 경우, 이보다 많은 400g을 일반 밥그릇에 채운 경우보다 음식 섭취량이 적었다. 식후 포만감에도 차이가 없었다. 이는 시각적인 착각때문에 유사한 양으로 인지돼 실제 섭취량과 관계없이 엇비슷한 포만감이 나타난 것으로 장 교수팀은 풀이했다.
이러한 심리전은 가정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정신과전문의 유은정 서초좋은의원 원장은 “사이즈가 작은 밥그릇이나 작은 접시에 음식을 담고, 컵의 경우 가늘고 긴 것을 사용하면 착시효과를 통해 평소보다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숟가락 보다는 젓가락을 이용하는 것이 음식을 보다 천천히 먹게 만들어 포만감을 더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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