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 한국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환경부가 공개한 ‘한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은 1.6도로, 세계 평균(1.09도)보다 컸다. 뭐든지 빠른 한국이지만, 온난화 속도는 가장 최악의 속도다.
이에 따라 한국의 과일 재배 지도 역시 빠르게 수정되고 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명품 사과와 배도 가까운 미래에는 수량과 품질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 봄 시기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국제학술지 신식물학자(New Phytologist) 6월호에 실린 이화여대와 미국·영국 공동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1922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100년 간 매화는 약 53일, 개나리 약 23일 개화 시기가 당겨졌다. 노지에서 장기간 재배하는 우리나라 과수작물은 이러한 기후변화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모든 작물은 생육에 필요한 적정 온도가 있으나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수량이 불안전하거나 과실 품질이 나빠진다.
2020년 기상청의 기후변화시나리오(SSP)에 맞춰 농진청이 새롭게 제작한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를 살펴보면, 2050년대에는 우리나라 주요 6대 과일의 재배 지역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 적용한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제공] |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의 한현희 연구사는 “온난화 영향으로 2050년대에는 과거 30년(1981~2010년)에 비해 국내 사과 재배적지가 90%, 배는 35%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2090년대에는 사과·배의 고품질 재배 가능지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삭하고 달콤하기로 유명한 한국의 배·사과가 가까운 미래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농진청의 분석이다. 더 비싼 가격에 지금보다 맛이 떨어진 상품을 먹게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 적용한 복숭아 재배지 변동 예측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제공] |
복숭아 역시, 현재 재배시스템(품종, 작형 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하에 전 국토 기준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2050년대엔 재배가능지 면적이 급격히 감소하고, 2090년에 이르면 전 국토의 5.2%만이 재배가능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포도도 마찬가지다. 재배 적지는 2030년대 중부지역에서 2070년에는 강원도 산간 지역으로 변동될 것이며, 재배 적지 면적의 급격한 감소로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
반면 아열대 과수작물인 감귤(온주밀감)은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총재배 가능지가 증가되며, 남해안 일대로 재배 한계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감귤의 가공품 개발 및 수출 판로 개척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미래의 새로운 소득작물이 될 아열대·열대과수의 도입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한현희 연구사는 “빨라지는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방면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사과의 경우 고온에서도 빨간색을 띄는 품종이나 노란색 사과 품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배는 따뜻한 겨울과 고온에서도 우수한 품질을 보이는 품종을 육성중에 있다”고 전했다.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