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박준규 기자] ‘테이스팅’(tasting)을 말할 때 머리에 와인이 떠오른다. 포도의 산지, 숙성 기간에 따라 와인의 향과 풍미며 색이 천차만별이어서다. 커피 역시 테이스팅의 대상이 된다. 이걸 ‘커핑’(cupping)이라고도 하는데, 다양한 원두의 개성을 판단하고 등급을 매기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참기름을 테이스팅한다는 말은 어떻게 들릴까. 생소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참기름 하면 ‘맛과 향이 진하다’, ‘음식 맛을 돋운다’, ‘국내산은 비싸다’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어느 지역의 참깨를 어떻게 다뤘느냐에 개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이런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회사가 있다. 창업 5년 차에 접어든 식품기업인 쿠엔즈버킷이다. 고온(통상 270℃ 이상)에서 참깨를 볶고 기름을 짜내는 기존 방식을 뒤집어 저온(145℃)에서 깨를 볶아 기름을 생산한다. 이 회사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몽로에서 작은 ‘시음회’를 열었다.
#종지 다섯 개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는 “와인이나 커피처럼 깨도 다양한 맛이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하얀 종지 4개에는 ▷볶지 않고 짜낸 들기름(생들기름) ▷저온에서 볶아 짜낸 들기름(저온압착 들기름) ▷볶지 않고 짜낸 참기름(생참기름) ▷저온에서 볶은 참기름(저온압착 참기름)이 각각 담겼다.
같은 지역에서 수확한 참깨와 들깨로 착유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짜냈느냐에 따라 특징이 제각각이었다.
생들기름은 냄새가 순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웠다. 마치 날계란을 삼키는 듯했다. 생참기름도 순한 맛과 향이 도드라졌다. 반면 저온에서 볶아 짠 참기름과 들기름은 진한 향이 나지만, 코를 자극할 정도로 강렬하진 않았다. 살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네 가지 기름은 공통적으로 옅은 노란빛을 보였다. 어두운 갈색을 띠는 보통 참기름과 다른 점이다.
“고온에서 깨를 볶으면 섬유질이 타버려서 향이 강하고 색이 진한 기름이 된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소비자들은 기름에 들어간 참깨가 국내산인지 중국산인지만 따졌는데 참기름 들기름도 보다 다양한 요소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특징 덕분에, 요리에서도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다. 미쉐린 스타를 미국 뉴욕의 바타드(Batard)를 비롯해 외국 레스토랑에서 참기름, 들기름을 활용하고 있다.
#접시 세 개
이날 행사에선 쿠엔즈버킷의 기름으로 조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몽로의 박찬일 셰프가 차려냈다.
두툼한 관자와 갖은 채소를 생들기름에 살짝 구워낸 샐러드가 전채로 나왔다. 관자와 채소가 기름기를 잔뜩 머금고 있지 않아 깔끔하게 입맛을 돋우었다. “생들기름으로 음식을 오래 가열하긴 어렵지만 간단히 데우거나 익힌 스테이크에 끼얹는 용도로는 좋다”는 게 박 셰프의 설명이다.
이어서 토르텔리니를 넣은 소고기콩소메가 식탁에 올랐다. 콩소메는 채소와 고기로 우려낸 맑은 수프. 토르텔리니는 만두를 닮은 파스타의 한 종류다. 얇은 반죽에 으깬 돼지고기 등을 채워 빚는다. 박찬일 셰프는 국물을 끓일 때 저온에 볶은 들기름을 넣었다. “일종의 향신료 역할을 내길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메인 접시는 돼지안심으로 꾸며졌다. 고급 돈육으로 꼽히는 듀록 품종의 안심을 들기름에 장시간 가열(콩피)했고, 여기에 포르치니 버섯으로 만든 레드소스를 곁들였다. 기름기가 쪽 빠지면서도 촉촉한 식감은 마치 잘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떠올리게 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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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참기름을 테이스팅한다는 말은 어떻게 들릴까. 생소한 이야기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참기름 하면 ‘맛과 향이 진하다’, ‘음식 맛을 돋운다’, ‘국내산은 비싸다’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어느 지역의 참깨를 어떻게 다뤘느냐에 개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이런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회사가 있다. 창업 5년 차에 접어든 식품기업인 쿠엔즈버킷이다. 고온(통상 270℃ 이상)에서 참깨를 볶고 기름을 짜내는 기존 방식을 뒤집어 저온(145℃)에서 깨를 볶아 기름을 생산한다. 이 회사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몽로에서 작은 ‘시음회’를 열었다.
#종지 다섯 개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는 “와인이나 커피처럼 깨도 다양한 맛이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하얀 종지 4개에는 ▷볶지 않고 짜낸 들기름(생들기름) ▷저온에서 볶아 짜낸 들기름(저온압착 들기름) ▷볶지 않고 짜낸 참기름(생참기름) ▷저온에서 볶은 참기름(저온압착 참기름)이 각각 담겼다.
같은 지역에서 수확한 참깨와 들깨로 착유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짜냈느냐에 따라 특징이 제각각이었다.
생들기름은 냄새가 순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웠다. 마치 날계란을 삼키는 듯했다. 생참기름도 순한 맛과 향이 도드라졌다. 반면 저온에서 볶아 짠 참기름과 들기름은 진한 향이 나지만, 코를 자극할 정도로 강렬하진 않았다. 살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네 가지 기름은 공통적으로 옅은 노란빛을 보였다. 어두운 갈색을 띠는 보통 참기름과 다른 점이다.
쿠엔즈버킷이 생산하는 4가지 기름. 왼쪽 종지부터 생들기름, 저온압착 들기름, 저온압착 참기름, 생참기름이 담겼다. 기존의 참기름이나 들기름과 맛과 향, 색이 크게 다르다. |
“고온에서 깨를 볶으면 섬유질이 타버려서 향이 강하고 색이 진한 기름이 된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소비자들은 기름에 들어간 참깨가 국내산인지 중국산인지만 따졌는데 참기름 들기름도 보다 다양한 요소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특징 덕분에, 요리에서도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다. 미쉐린 스타를 미국 뉴욕의 바타드(Batard)를 비롯해 외국 레스토랑에서 참기름, 들기름을 활용하고 있다.
#접시 세 개
이날 행사에선 쿠엔즈버킷의 기름으로 조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몽로의 박찬일 셰프가 차려냈다.
두툼한 관자와 갖은 채소를 생들기름에 살짝 구워낸 샐러드가 전채로 나왔다. 관자와 채소가 기름기를 잔뜩 머금고 있지 않아 깔끔하게 입맛을 돋우었다. “생들기름으로 음식을 오래 가열하긴 어렵지만 간단히 데우거나 익힌 스테이크에 끼얹는 용도로는 좋다”는 게 박 셰프의 설명이다.
박찬일 셰프가 차려낸 음식들. ‘들기름에 콩피한 듀록 돼지안심’(왼쪽), 익힌 샐러드(오른쪽 위), 토르텔리니를 넣은 소고기콩소메. |
이어서 토르텔리니를 넣은 소고기콩소메가 식탁에 올랐다. 콩소메는 채소와 고기로 우려낸 맑은 수프. 토르텔리니는 만두를 닮은 파스타의 한 종류다. 얇은 반죽에 으깬 돼지고기 등을 채워 빚는다. 박찬일 셰프는 국물을 끓일 때 저온에 볶은 들기름을 넣었다. “일종의 향신료 역할을 내길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메인 접시는 돼지안심으로 꾸며졌다. 고급 돈육으로 꼽히는 듀록 품종의 안심을 들기름에 장시간 가열(콩피)했고, 여기에 포르치니 버섯으로 만든 레드소스를 곁들였다. 기름기가 쪽 빠지면서도 촉촉한 식감은 마치 잘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떠올리게 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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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