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두통 심해지면 주의
주요 발병 원인 지목 동맥경화
30~40대부터 발견되기 시작
“금연·운동 등 작은 습관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가 커지면 여러 성인질환 중 뇌졸중의 위험도 커진다. 뇌졸중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4위의 질환이다. 다행히 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아 생존하더라도 반신 마비, 언어 장애, 시야 장애는 물론 심각한 경우 의식 장애까지 되돌리기 힘든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흡연, 과음 등 평소 생활습관 혹은 그로 인한 만성질환은 뇌졸중의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세계뇌졸중기구(WSO)도 오는 29일을 ‘세계 뇌졸중의 날’로 정해 놓았다. 뇌졸중 여부를 조기에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뇌졸중 가장 큰 원인, 동맥경화성 뇌경색=뇌졸중은 뇌의 일부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혀 뇌가 손상되면 ‘뇌경색’이고, 결국 혈관이 터져서 뇌가 손상되면 ‘뇌출혈’이라고 한다. 뇌경색과 뇌출혈을 합쳐 뇌졸중이라고 한다.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90%를 차지한다. 뇌혈관이 터져 출혈이 생기는 출혈성 뇌졸중은 10% 정도 된다.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로 인한 뇌경색이다. 동맥경화는 당뇨·고혈압·이상지질혈증으로 혈관 벽 내부에 지방성분과 염증세포가 쌓여 동맥이 딱딱하게 굳어진 상태를 일컫는다. 고혈압이 있으면 동맥경화가 가속화되기 쉽다. 고혈압이 있으면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4~5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비교적 젊은 사람이어도 고혈압이 심하면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혈압이 높으면 혈액이 혈관을 지날 때마다 혈관 벽에 계속 압력이 가해진다. 혈관 벽이 망가지면 혈관 속을 지나다니는 지방질이나 불순물이 혈관 벽 안으로 들어온다. 콜레스테롤 지방질과 찌꺼기도 쌓인다. 지방질에 염증반응이 일어나 벽은 점점 두꺼워지고 딱딱해진다. 이것이 동맥경화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잠깐 쉬어 간다. 빠르게 지나갈 수 없어 혈액 속 혈소판 등에 찌꺼기가 붙고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혈전이 떨어져서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온다. 결국 산소 공급이 안 되어 뇌손상이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동맥경화 외에 심방세동(심방근이 동시에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상태), 판막증(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 등 심장질환도 뇌졸중의 심각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심장질환이 있으면 심장 안쪽 벽에 혈전이 생기기 쉬운데,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서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뇌졸중 발생률이 ▷50대 4배 ▷60대 2.6배 ▷70대 3.3배 ▷80대 4.5배로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졸중의 약 10%는 뇌출혈인데, 뇌출혈의 약 4분의 3은 고혈압 때문에 뇌혈관의 약한 부분이 터지면서 발생한다. 뇌혈관이 장기간 고혈압에 노출되면 변화가 생기는데, 스트레스, 과로 등 여러 요인에 의해 혈압이 더 상승하면 혈관이 견디지 못하고 터질 수 있다. 당뇨·이상지질혈증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더 흔히 발생할 수 있다.
뇌졸중은 55세 이후로 발병률이 높아진다. 연령이 10세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 발생률은 약 2배씩 증가한다. 즉 60세에 비해 70세는 약 2배, 80세는 약 4배 정도 뇌졸중이 많이 발생한다. 통계상으로 보면 뇌졸중은 고령에서 더 주의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젊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뇌졸중은 노년층에서 주로 발병하지만, 뇌졸중의 주요 원인인 동맥경화는 이미 30~40대부터 발견되기 시작한다.
동맥경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혈관이 막히는 과정이 서서히 이뤄지는 것인데, 환자가 알아차릴 수 있는 뇌졸중 전조증상은 동맥의 직경이 정상보다 50% 이상 좁아지고 나서야 나타난다. 뇌졸중 증세가 갑자기 발생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수 년 혹은 수십 년 전부터 원인질환이 심해져서 나타난 결과다. 만약 55세에 뇌졸중이 발병했으면 그 원인은 30대부터 진행된 동맥경화 수 있다는 의미다.
▶3시간 내 초기 치료 중요...‘이웃손발시선’ 기억해야=최근 의학의 발전으로 급성 뇌경색도 발병 직후 3시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뇌손상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골든타임이 지나서 병원을 찾는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환자 상태는 악화돼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뇌졸중 환자를 미리 식별해 조기에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한쪽 팔다리를 갑자기 못쓰거나(반신마비) ▷감각이 둔해지거나(감각장애) ▷저리거나 시린 느낌(감각이상) ▷정신은 명료한데 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남의 말을 이해 못하며(언어장애) ▷발음이 어둔해지거나(발음장애) ▷빙빙 돌고 메스껍거나 토하기도(어지럼증) 한다. 그 외에도 ▷잘 삼키지 못하거나(연하장애) ▷한쪽 눈 또는 양쪽 눈이 갑자기 안보이거나(시력장애) ▷사물이 똑똑히 보이지 않고 두개로 겹쳐 보이기도(복시) 한다. 뇌출혈 시에는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하며 의식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수년 이상 지속되는 만성적인 또는 간헐적인 두통의 경우는 대부분 뇌졸중이 아닌 경우가 많으나 평소의 두통 강도와 양상이 달라졌을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최근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우리나라에 맞게 뇌졸중을 조기에 감별할 수 있는 ‘이웃손발시선’이라는 식별법을 개발하여 일반 국민들이 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들을 모아 홍보하고 있다. ▷ ‘이~’하고 웃을 수 있는지 ▷두 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는지 ▷발음이 명확한지 ▷시선이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지를 확인, 각각 안면 마비, 편측 마비, 발음 장애, 시력 장애를 각각 알아내는 방법이다. 한 가지라도 이상하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졸중은 심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별다른 신호를 보이지 않는다. 생존한 3명 중 1명은 영원히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한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졸중에 걸리면 15년이었던 기대수명이 4~5년 짧아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뇌졸중 예방에는 왕도가 없다. 반드시 금연하고 꾸준히 운동하며 혈관건강에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열 건강의학선임기자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