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원준 교수 |
[헤럴드경제(강)=박정규 기자]#.20대 대학생 A씨는 군입대를 앞두고 시행한 신체검사에서 당뇨병을 진단받았다. 공복혈당은 180mg/dL(정상은 100mg/dL 미만, 당뇨병 기준은 126mg/dL), 3개월 평균 혈당 조절 정도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는 9.5%(당뇨병 기준 6.5%)가 나와 당뇨병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2030세대 늘어나는 당뇨병 환자, 자신이 당뇨병 환자인지 모른다
지난 11월 발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대비 2022년 2030세대 당뇨병 환자 증가율은 24%로, 전체 당뇨병 환자 증가율(21%)보다 높았다. 특히 20대 당뇨병 환자는 47%가 증가했다.
당뇨병 환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은 자신이 당뇨병 환자인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대한당뇨병학회가 2030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당뇨병 인식 조사’ 결과에서 60%가 자신의 공복과 식후 혈당 수치를 모른다고 답했다.
강릉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원준 교수는 “이미 당뇨병이 발생했을 때는 췌장 기능의 50% 이상이 감소 돼 있고, 매년 기능이 떨어지다가 일정 시점이 지나면 급격하게 낮아진다”며, “자신의 혈당 수치를 파악해 심각해지기 전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당뇨병이란 신체가 인슐린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거나 정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영양소가 적절히 사용되지 못하면서 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이는 선천적으로 인슐린이 부족한 1형 당뇨병과,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 2형 당뇨병으로 구별되고 있다.
2030세대에서 2형 당뇨병이 증가하고 있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이 주된 원인으로 나이, 비만, 생활 습관 등과 관련이 깊다.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나와 식사로 얻은 에너지원을 우리 몸 세포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원활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을 인슐린 저항이라 한다. 2형 당뇨병도 시간이 지나면 인슐린이 부족해져 1형 당뇨병처럼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는 마치 핸드폰 배터리(=우리 체내 췌장 속의 인슐린)가 충전 없이 소멸해 가는 것과 유사하다.
당뇨병, 다양한 합병증 유발해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젊은 당뇨병 환자의 경우 췌장 기능이 중·장년층 때 생긴 당뇨병 환자보다 떨어져 나중에 혈당 조절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당뇨병은 혈관병이기 때문에 미세·대혈관 합병증, 근골격계, 피부증상, 정신신경계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이 30~35mg/dL이 높아지면 당뇨병과 관련된 합병증 사망률이 15~40% 내외까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젊은 환자는 당뇨병성 신증, 망막병증, 말초신경병증 등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이 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보다 2배가량 높았다. 이로 인해 젊은 당뇨병 환자는 조기 사망할 위험이 크다고 보고된다.
김 교수는 “고혈당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위험도가 상승되므로 노출 기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여, 당뇨병을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2030세대에서 증가하고 있는 2형 당뇨병은 대부분 후천적 원인으로 고칼로리 중심의 나쁜 식습관, 부적절한 음주, 운동 부족, 비만 등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비만과 강력하게 연관된다고 알려졌는데, 당뇨병 진단 나이가 어릴수록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수치를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예방은 생활습관조절이라고 할 수 있다. 균형 있는 식사, 체중 조절, 적절한 운동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당뇨병이 진행된 경우 생활 습관만으로 혈당 조절이 힘들어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한 식생활습관을 실천하고 체중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뇨병은 서서히 발생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당뇨병 발생 고위험군(고혈압, 비만, 가족력 등)은 정기적으로 혈당 검사를 받고 ‘3多증상(다식, 다음, 다뇨)’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추운 겨울철엔 운동량이 감소되고 고열량 음식을 섭취할 수가 있어 식생활 관리가 쉽지 않게 된다. 물론 추운 날에 몸을 보호하기 위해 야외 활동 제한은 필요하지만, 겨울이라고 방심하여 체중이 늘어난다면 당뇨병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젊은 나이에 당뇨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절과 무관하게 건강한 식생활습관을 실천하고 체중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당뇨병이 심각해지기 전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