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떨어지면 재발·증세 심해지기도
여성 환자 90%...60대 이상이 대부분
저하된 방광기능 회복·면역력 제고 관건
방광염은 ‘방광에 생기는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겨울철에 흔하게 발병하는 질환이다. 갑자기 소변이 마렵거나 빈뇨·잔뇨감 증상이 지속될 때 의심해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11월에 들어서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큰 일교차와 기온 저하로 면역력이 취약한 시기다. 극심한 통증과 소변 이상 증세를 동반하는 방광염도 요즘 같은 환절기에 특히 조심해야 할 질환이다. 이 시기에는 방광염이 재발되거나 평소와 다르게 소변 증세가 부쩍 심해지기도 한다. 자칫 치료에 소홀해 만성으로 이어지면 통증과 배뇨에 이상이 생겨 우울감 등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방광염은 ‘방광에 생기는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겨울철에 흔하게 발병하는 질환이다. 갑자기 소변이 마렵거나 빈뇨·잔뇨감 증상이 지속될 때 의심해볼 수 있으며, 남성보다는 여성이 신체 구조상 방광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급성·만성·과민성·간질성 ‘증세 다양’=흔히 ‘오줌소태’라고 불리는 방광염은 방광의 염증으로 인해 소변을 볼 때 찌릿한 배뇨통이 동반된다. 하루에 8회 이상 잦은 소변을 보는 빈뇨, 소변을 참기 어려운 급박뇨, 소변을 봐도 시원치 않고 묵직한 잔뇨감 등 다양한 자극 증상이 생긴다. 환자에 따라서는 잠자는 시간에 두세 차례 이상 화장실을 가는 야간뇨가 나타나며 골반 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도 많다. 때로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나 혼탁뇨가 나타나 당황하게 한다.
방광염 환자의 다양한 증세 중에서도 기온이 떨어지며 본격적으로 추워지면 더 심해지는 것이 빈뇨 증세다. 보통의 성인은 하루 중 낮에는 4~6회, 밤에는 0~1회 정도 소변을 보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땀으로 나가는 수분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소변량이 많아지기도 하고, 전신의 근육이 수축되고 체온을 유지하는 에너지 소모가 늘어 갑자기 소변이 마렵거나 자주 보게 된다. 하루 10~15회 이상 소변이 잦으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고통을 겪게 된다. 외출이나 모임 참석이 어렵고 언제 화장실을 가야할지 몰라 고속버스 같은 장거리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힘들다. 온통 화장실 가는 것에만 신경을 쓰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극도의 심리적 불안 때문에 생업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다고 호소한다. 손기정 일중한의원장(한의학박사)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손기정 일중한의원장은 “방광염으로 통증과 소변 증세가 심할 때는 방광 점막을 자극하는 커피(카페인)와 탄산음료, 맵거나 짜고 신 음식을 피하면서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권장한다”고 했다. [일중한의원 제공] |
▶방광염 환자, 90% 이상이 여성=방광염 환자는 90% 이상이 여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방광염 환자는 약 157만명인데 그중 여성 환자가 91%를 차지해 9%인 남성 환자보다 월등히 많다.여성에서도 면역이 약화된 60대 이상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인 이유는 신체구조의 특성 때문이다. 방광은 소변의 저장과 배출을 담당하는 주머니 모양의 근육 장기다. 위로는 신장에서 내려오는 요관과 연결되고, 아래로는 소변 배출 통로인 요도와 이어져 있다. 여성은 요도의 길이가 짧아 세균 침입에 취약하다. 여성의 요도 길이는 남성의 10분의 1인 2㎝에 불과하며 배출구까지 직선 구조로 되어 있고, 항문과도 근접해 대소변 시 세균에 쉽게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 감염 외에도 성행위로 인한 요도의 기계적 손상, 소변을 너무 오래 참거나 꽉 끼는 바지 착용, 폐경 후 여성호르몬의 감소 등도 방광염 유발인자로 작용한다.
방광염은 나타나는 증세 또는 증상에 따라 급성, 만성, 과민성, 간질성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된다. 손기정 원장은 “과민성 방광염 환자는 직접적인 통증과 배뇨 증상과 더불어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의 빈도가 3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불면증, 외출에 대한 불안감, 자신감 저하 등 2차적인 문제로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극심한 고통을 주는 간질성 방광염은 항생제와 진통제에 의존하는 악순환과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자포자기한 환자들이 자살 충동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섬유화된 방광 기능 회복·면역력 제고 ‘관건’=세균 감염에 의한 급성 방광염 또는 신혼 여성의 밀월성 방광염은 비교적 건강한 여성은 항생제 치료로 해결이 잘 되는 편이다. 문제는 잦은 재발로 만성으로 이어진 경우다. 고통이 극심한 것에 비해 항생제를 장기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치료가 더 어려워지며, 스트레스가 심해지거나 과로를 하면 쉽게 재발하고 치료 반응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만성 장기 환자 대다수는 방광의 기능 저하가 동반된다. 5~10년에 걸쳐 재발이 반복된 환자는 방광 내벽의 섬유화로 본래의 탄력을 잃게 되고, 방광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통증과 소변 증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세심한 생활관리도 필수다. 특히 방광염은 평소 생활에서 소소하게 실천하는 위생적인 생활 습관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여성은 화장실에서 대변을 본 후 휴지를 안쪽에서 밖으로 닦는 습관이 좋다. 성관계 전에 살균제를 탄 따뜻한 물로 뒷물을 하고 관계 후에는 가급적 바로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여 세균이 요도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로로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일중한의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환자들이 직접 지목한 주요 재발 요인으로 스트레스가 59.3%, 과로가 42.9%나 차지했다. 이 두 가지는 면역력과 관련이 깊다. 극심한 피로가 장기간 이어지고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방광염은 재발한다. 특히 요즈음은 여성분들 대다수가 활발하게 사회활동과 일을 하는데, 자칫 자신의 몸 관리가 소홀해지면 방광염의 한 원인인 요로감염, 질염 등에 쉽게 걸릴 수 있다. 방광염 병력이 있는 여성은 평소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며, 특히 중년 여성은 환절기에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손기정 원장은 “이와 더불어 방광염으로 통증과 소변 증세가 심할 때는 방광 점막을 자극하는 커피(카페인), 탄산음료, 맵거나 짜고 신 음식을 피하면서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은 권한다”고 했다. 이어 “지나치게 체력 소모가 많은 격렬한 운동은 삼가고, 반신욕, 하복부 찜질 등으로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주면서, 증세가 심할 때는 물을 과도하게 마시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