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질적 성장 이룬 한국의료계
국내 년간 배출 의과학자 30명 안돼
미래 ‘융합형 인재’ 양성 드라이브
美존스홉킨스·예일대와 교류협정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기회 제공
바이러스·감염병 역량 ‘국내 최고’
전주기적 의사과학자 양성체제 구축
개교 100주년 ‘세계 30대 의대’ 목표
편성범 고려대의대 학장은 “코로나 팬데믹 등 신종 감염병 위험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중보건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며 “신종 감염병 예방, 백신 개발, 관리 등으로 인류를 위기에서 구해낼 미래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과 다방면으로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
한국의 의료발전사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양적·질적 성장의 역사이다. 70년전인 1954년 한국의 젊은 의사들은 ‘미네소타 프로젝트’라 불리는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선진의료를 배우러 떠났고 그 의사들이 돌아와 가르친 후학들은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의료인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동남아국가는 물론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 의료진도 한국의 의료기술을 배우러 찾아올 정도로 한국 의사들의 역량과 의료수준은 우수하다.
하지만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한국은 또다른 도전에 직면하고있다. ‘K-방역’은 세계적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팬데믹의 근원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낸건 미국과 유럽 의과학자들의 백신개발이었고 우리도 의과학자의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전세계 바이오 헬스 시장의 규모가 2경 원에 달하고 매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중에서 의과학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1년간 국내에서 배출한 의과학자는 30명 미만의 초라한 성적표가 고작이다. 한국의 의료수준은 그간 양적 질적으로 급성장했지만 결국 앞으로의 인재양성 여부가 세계적인 경젱력을 갖추느냐의 핵심 포인트이다.
고려대 의과대학은 최근 ‘융합형 인재’ 양성을 향후 인재상으로 내걸었다. 고려대의료원은 산하 3개병원중 안암과 구로가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될만큼 연구에 중점을 두어왔으나 연구도 결국 ‘인재’의 양성에 최종 방점이 찍혀야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최고의 인재양성에 사활을 걸고있다. 그 중심에 서있는 고려대의대 편성범 학장을 만나 고려대의대가 지향하는 ‘융합형 인재상’과 3년후 의대100주년을 맞아 진행중인 글로벌 혁신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 유수대학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협력을 진행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5월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의대와 병원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와 학생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선진의학교육 시스템 및 임상 경험을 제공해 글로벌 의학 인재로 발돋움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실습은 단순 모니터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존스홉킨스 의대학생과 동일한 조건으로 환자 처치, 보고 등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와는 박사학위 진학과정을 교류한다. 고대의대 졸업 예정자나 졸업자에게 임상 의사과학자 프로그램, 기초 의과학자 프로그램 두 과정에 대해 진학 기회를 제공한다. 예일대 박사과정은 경쟁률이 최소 50:1이 넘는데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두 과정에 대한 입학기회를 보장해 준 셈이다. 뿐만 아니라 예일대에서 학비, 보험료 등 일부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학생 교류도 추진 중이어서, 향후 예일대학교에서 학생부터 박사에 이르기까지 학위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국제 네트워크 형성이 갖는 가치와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학생들이 세계최고수준의 의괘대학에서 실습하고 학업을 임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기회를 가짐과 동시에 학생 때부터 연구자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최근 연구 동향, 서로의 전문성을 공유함으로써 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의료인 나아가 의과학자로서, 연구적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의과학자는 기초와 임상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개연구자로, 기초과학의 연구 결과를 임상과학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연계한다. 코로나 팬데믹 등 신종 감염병 위험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공중보건의 중요성의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신종 감염병 예방, 백신 개발, 관리 등으로 인류를 위기에서 구해낼, 미래의학을 선도할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공중보건 역량 증진, 교육·연구 등 다방면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의사 나아가 의과학자를 배출해 국내 노벨 생리의학상 1호 수상자가 고려의대에서 배출할 수 있길 바란다.”
-학생교류 이외에도 고대의대 글로벌 혁신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는가?
“해외 석학 초청 세미나인 ‘리서치 넥서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경발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하버드대 의사과학자 제프리 맥클리스 교수를 비롯해 예일대 학장을 지낸 마빈 천 교수, 200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자기공명영상 (MRI) 연구의 세계적 중심 기관인 노팅엄대의 도로시 아우어 교수 등 해외 저명 석학 9명이 고대를 방문해 강연을 마쳤다. 뿐만 아니라 고려의대는 세계연구중심대학 연합체인 Universitas 21 health science group (U21 HSG)의 국내 유일 회원대학으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보건의료 교과과정 도입, 연구중심 환경의 교육 프로그램 협력과 국제 교류 등을 통해 대한민국 의학교육의 표준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2017년에는 세계 의과대학 간 공동 연구와 학술 교류, 의학교육 교류로 공동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홍콩중문대, 영국 노팅엄대, 독일 뮌헨대 등 세계 유수의 8개 의대와 함께 ‘Global Alliance of Medical Excellence(GAME)’라는 국제 의학교육 및 연구 협의체를 창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의학교육 및 교류와 연구에 초점을 둔 TEI(Transnational Educational Initiatives) 프로젝트의 주관대학으로서, 미래 의료계를 선도할 학생들이 의료의 핵심가치, 의학전문직업성, 젠더이슈, 다양성, 기후 변화와 같은 국제적인 주제를 논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2019년부터 의대생 하계캠프(GAME-TEI Summer school)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여름에도 세계 7개국 7개 학교 학생, 교원 42명이 고대의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고려대 의대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고대의대는 바이러스 및 감염병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 연구 역량을 갖고 있으며, 의학 연구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다수 남겼다. 1976년 신증후성 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고, 이를 예방하는 백신 국내 신약 1호 ‘한타박스’를 개발했다. 또한, 국내 최초 법의학연구소 개소,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국산화 등이 대표적인 연구성과다. 국내 최초로 교실을 창립한 것만 1959년 신경외과학교실, 1970년 재활의학교실, 1974년 성형외과학교실, 1976년 법의학교실 2000년 의학교육학 교실까지 다섯 교실에 달한다. 연구중심병원(안암,구로) 2곳 보유, 교육 캠퍼스인 안암, 구로, 안산병원 모두 상급종합병원이라는 점, 최근 제1의학관,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 정몽구관 증축·리모델링 완공 등 의학교육 인프라는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고려대 의대의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알려달라
“고대의대는 학생연구회-융합형 의사과학자-전일제 박사과정, Physician-scientist 사업 및 혁신혁 의사과학자 양성사업까지 의대생부터 전임의까지 전주기적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장학금을 대폭 지원해 바이오 메디컬 산업을 육성시킬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학생연구회 프로그램은 고대의대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60편 이상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2018년부터 국내 의대 중 유일하게 해외 의대생들이 참여하는 ‘국제호의학술제’를 개최해 세계 각국 의대생과의 학술교류의 장을 열고 있다. 올해도 12월에 양일간 학술제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번에 협력을 맺은 예일,존스홉킨스 학생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또한 고대의대는 국내 바이오메디컬 기술 혁신을 통한 산업 성장 촉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임상 지식을 갖춘 의사를 대상으로 의과학 연구수행 기회를 제공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에 2회 연속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 2021년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성과교류회에서는 이세광(고려대 안암병원 재활의학과), 민원기(고려대 안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동훈(고려대 안산병원 내과) 3명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전일제 박사과정 사업, Physician-Scientist 사업 및 혁신형 의사과학자 사업 등을 통해 융합연구 능력이 우수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나아가 임상 현장에 기반한 맞춤형 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엘리트 융합형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선도 의사과학자 육성장학금’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기도 하다. 고려대의료원에 재직 중인 전공의나 임상강사가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 중 하나인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하면 입학금 50%와 등록금 80%를 지원받을 수 있다.”
-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고려대학교와 의료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지난 1월에는 30여 년 동안 ‘의학교육의 중심’이었던 제1의학관을 리모델링해 오픈했으며, 최근에는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 정몽구관 증축·리모델링을 완공하고, 사용승인까지 받은 상태다. 이곳에는 백신혁신센터를 비롯해 MRI 정밀영상 레퍼런스 센터·바이오헬스 빅데이터 기반 유전체 정밀의학 등 19개 연구실 조성될 예정이며, 의과학 연구 시너지 효과 창출, 국제교류 확대를 통한 글로벌 의과학자 양성 등을 도모할 계획이다.”
-고려대 의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대의대는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겸비한 인재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갖춘 인재 ▷공선사후 정신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인재로 인재상을 정한 바 있다. 아픈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하며, 사회적 요구,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융합적인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 의료인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새로운 의학지식과 의료기술을 생산하는 지식의 생산자로,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의사와 의과학자로 성장하길 바란다.”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그동안 최고 수준의 연구와 교육 역량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측면이 있었는데, 최근 해외 유수 대학들의 협력 파트너로 인정받으며, 고대의대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됐다. 세계적인 대학들과의 교류를 통해 글로벌 혁신 가속화로, 의과대학 개교 100주년인 2028년에는 세계 30대 의과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이다. 또한, 과거 입학사정관을 지낸 적 있었는데 당시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인공심장로봇 팔 기술 개발 등을 꿈꾸며 의사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았다. 임상의사 뿐만 아니라 글로벌 건강증진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학생, 벤처를 꿈꾸는 학생 등 학생들이 본인의 목표를 잃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 주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싶다. 본인이 생각하는 의사의 모습,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