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지난 8월 2일 압구정역 인근에서 A씨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 B씨가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A씨에게서는 케타민을 비롯해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이 검출됐다. 피해자 B씨측은 A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해온 것으로 알려진 의사 4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위 사고 당일 C병원은 A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했다. 언론취재에 따르면 C병원을 방문한 또 다른 환자도 비틀대며 나와 운전대를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위원회)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명 ‘롤스로이스 사고’ 가해자에게 사고 당일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늘어난 특이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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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790명이었던 처방환자는 2022년 1,593명으로 약 2.0배 증가했다. 이에 비해 처방건수는 2020년 1,078건에서 2022년 3,746건으로 약 3.5배 증가해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처방량의 증가율은 이것보다도 높은데 2020년 1,655개였던 처방량은 2022년 6,622개로 약 4.0배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6월) 기준 처방환자 1,433명, 처방건수 3,058건, 처방량 9,140개로 이미 예년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처방 현황에서도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많은 사례가 발견됐다. ○○병원에서 연도별 향정신성의약품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상위 20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환자1’은 2022년 13건에 걸쳐 총 47개의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 기준」은 간단한 시술 및 진단을 위한 프로포폴 투약 횟수는 월 1회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병원의 연간 처방량 상위 20명의 환자 중 12개 이상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사람은 2020년 2명 뿐이었지만 2021년 7명, 2022년 16명으로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18명의 환자가 프로포폴을 12개 이상 처방받았다.
‘환자2’는 2022년 280개의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지난해 ○○병원에서 처방한 졸피뎀(560개)의 절반이 ‘환자2’에게 처방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용 마약류 안전사용 기준」은 졸피뎀은 하루 10mg 이하로 처방할 것을 권고하면서 치료기간에 따라 남용과 의존성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치료기간은 가능한 짧아야 하고 4주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환자3’은 2022년에만 향정신성의약품을 총 82건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7건 가까운 처방을 받은 셈이다. ‘환자3’은 작년 한 해 동안 프로포폴 12건, 케타민 21건, 미다졸람 24건, 디아제팜 25건을 처방받았다.
인재근 의원은 “최근 의료기관이 마약류 투약 및 유통의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합법적·정상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의료기관을 위해서라도 향정신성의약품을 오남용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매년 1억 건 넘게 쏟아지는 보고내용을 모니터링하기에는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모니터링 인력과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모든 실태를 파악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의 처벌 수위를 높여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법도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