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대사 방해· 중독증상 나타날 수 있어”
제로 탄산음료 [123RF] |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분류군(2B)’에 포함시켰으나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제로 탄산음료의 국내 시장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인공 감미료를 장기적으로 다량 섭취시 신진대사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여러 기관들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WHO의 발표후, 예상과 달리 제로 탄산음료 시장의 ‘김’은 빠지지 않았다. 발표 내용을 반박하는 논란이 일면서 인공 감미료를 우려하는 분위기는 크게 줄었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제로 탄산음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탄산음료 제조사들은 아스파탐을 비롯해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네오탐 등과 같은 인공 감미료 음료를 더욱 다양한 맛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특히 국내 시장은 아시아 중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로 탄산음료 판매액은 전년 대비 45%(예상) 성장했다. 지난 2021년부터 급성장하면서 이후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탄산음료 시장 내 제로 탄산의 비중은 2023년 예상 판매량 기준으로 29%다. 이는 아시아 평균(10.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중국(17%), 일본(18%)보다도 높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 제로 탄산 음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국내 음료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로탄산음료는 시장에서 건강한 음료 중 하나로 각광받던 일반/가향 탄산수와 경쟁 구도로 시작했지만, 시장 성장세에 따라 미래 경쟁자는 주류 브랜드에서 내놓는 노슈거/논알콜 음료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감미료를 장기적으로 다량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123RF] |
이러한 제로 탄산음료의 수요 급증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 부교수 조담 수에즈는 현지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기업들은 설탕 함유량을 줄이면서 더 많은 비영양성 감미료를 사용하게 됐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의 논문을 주도했던 그는 “대체 감미료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생태계)의 구성과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대체 감미료의 다량 섭취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신진대사에 해로운 방향으로 변형시킨다는 분석이다.
WHO 역시 지난해 “인공감미료는 장기적으로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없고, 장기 섭취시 신진대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권장사항을 발표하면서 섭취량 조절을 권고했다.
제로 탄산음료도 다량 섭취시에는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영양 리뷰’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아스파탐 섭취가 체내 인슐린과 GLP-1 호르몬 등의 분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 감미료를 먹으면 단 것을 더 먹고 싶어지며, 인슐린 조절을 방해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인공감미료도 인슐린의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장내 세균을 변화시켜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호주 연구진은 인공감미료도 니코틴·알코올·마약의 ‘중독’ 증상처럼 뇌 신경 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2016년 뇌과학저널 ‘프론티어즈’에 실린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쥐에게 인공 감미료를 장기간 과도하게 투여하자, 뇌 신경망의 형태가 변형됐다. 식이 장애가 나타나고 중독 증상과 같은 행동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연구진은 “설탕의 과도한 섭취가 뇌신경과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단 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도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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