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일반 식품 등으로 활용 기대”
면역 상승 효과가 입증된 키누렌산 물질은 밤꿀에만 다량 들어있다. 사진은 밤꿀 모습[농촌진흥청 제공] |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달콤하게 겨울철 면역력을 올릴 수 있는 식재료가 있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면역 상승 효과가 보고된 국내산 밤꿀(밤나무꿀)이 그 주인공이다. 다량 섭취시 면역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설탕과 달리 밤꿀은 면역력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농촌진흥청과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공동실험은 주목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는 면역연구분야 국제학술지‘프론티어스 인 이뮤놀로지(Frontiers in Immunology)’에 실렸다.
연구진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를 매일 600㎎씩 밤꿀을 2주간 먹인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밤꿀 성분은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A바이러스 감염을 62.2%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주간 밤꿀을 먹은 그룹은 60%가 생존한 반면, 먹지 않은 그룹은 6일 만에 모두 죽었다. 또 밤꿀 처리 그룹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폐 조직의 염증 수치가 정상 쥐와 차이가 없었다. 면역력이 상승돼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 반응이 억제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밤꿀 처리 그룹에서는 혈청에서 선천면역 관련 단백질인 인터페론 베타가 이전보다 4.3배, 면역세포인 엔케이(NK) 세포는 4.6배 활성화됐다.
이번 연구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주요 성분은 밤꿀 속 키누렌산(kynurenic acid) 성분이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키누렌산이 다른 꿀에선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밤꿀에만 들어있으며 함량도 높다. 1㎏당 1168㎎ 이다.
다만 아직까지 밤꿀의 국내 선호도는 낮은 편이다. 밤꿀은 꿀벌이 밤나무 꽃에서 꿀을 모아 저장한 후 숙성시킨 꿀이다. 아까시꿀(아카시아꿀)이나 잡화꿀 등 다른 국내산 천연꿀에 비해 다소 생소한 맛이 난다. 쌉쌀한 쓴맛과 특유의 강한 향도 난다. 또 꿀의 황금빛보다는 진한 갈색에 가깝다. 아카시아꿀과 잡화꿀이 감미료 등으로 많이 활용되는 반면 밤꿀은 민간에서 피로해소나 항균을 위한 약처럼 이용돼왔다.
생산량도 적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밤나무 꽃이 피는 시기에 다른 꽃이 있으면 벌들이 밤꽃에서 채밀하지 않는다. 한국양봉농협 자료에서 지난해 국내 밤꿀 생산량은 2004t(톤)으로, 국내 벌꿀 생산량 중 약 8.6%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밤꿀은 일반 식품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치료식(메디푸드) 등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면역력 증진을 위해 권고하는 밤꿀 섭취 적정량은 성인 기준으로 2.9g(한 티스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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