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평균 46분의 수면 회복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자기 전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단순히 심심해서가 아니라 일상 스트레스와 불쾌한 감정을 피하고,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의미라는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사진출처:123rf] |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국내 연구진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잠자는 시간을 계속 미루는 행동(취침시간 지연행동; bedtime procrastination)의 심리적 기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심리치료방법을 개발했다.
성신여자대학교 서수연 교수 연구팀(서수연, 정선혜, 전휘수, 양혜정, 안혜영)은 취침시간 지연행동이 일상 생활에서 충족되지 않은 심리적 불만족에 원인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누구나 한 번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스마트폰을 붙들고 침대에 늦은 시간까지 누워 있던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취침시간 지연행동이라고 하는데, 규칙적인 일주기 리듬을 방해하고 만성적인 수면부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과도 관련이 높아 현대인의 신체건강, 정신건강 모두를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연구진이 건강한 20대 성인 60명을 대상으로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부정적인 생각이나 불쾌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31.3%)’, ‘하루 동안 열심히 일한 나에게 보상을 주기 위해서(26.5%)’,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18.1%)’이 순서로 응답이 많았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자기 전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단순히 심심해서가 아니라 일상 스트레스와 불쾌한 감정을 피하고,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의미이며, 부족한 여가 시간과 휴식 속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 즉각적인 감정 해소를 추구하며 잠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개선하기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 (BED-PRO)‘을 개발하여 임상실험을 시행하였다. 참여자들은 의도한 시간보다 평균 약 72분 늦게 자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 후, 아무런 처치를 받지 않은 통제집단에 비해 평균 46분 감소한 취침시간 지연행동을 보였다. 또한, 불면증 심각도(Insomnia Severity Index)와 낮 동안의 졸림 수준(Epworth Sleepiness Scale)과 같은 수면 평가 지표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이 나타났으며 우울(20.81%)과 같은 심리적인 요인도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서수연 교수는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이면에 작용하는 심리적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BED-PRO를 통해 단순히 ‘나쁜 습관’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의 기제를 파악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진행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으로 현대인의 수면 문제 개선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수면학회(World Sleep Society)의 공식 학술지인 〈Sleep Medicine〉의 2023년 6월호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