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대신하는 맑은 보리수프 추천
에어프라이어 활용, 보다 쉽게 조리”
백지혜 채소 요리 연구가 [세미콜론 제공] |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채소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릅니다.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친구도 맛있게 만들어주면 잘 먹어요.”
백지혜 요리사는 리얼푸드와의 인터뷰에서 “채소 요리를 잘 먹지 않는다면 채소가 싫은 것보다 맛있는 조리법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요리공방 ‘제리코레서피’에서 만난 그는 채소 요리를 연구하는 요리사다. ‘제리코레서피’에서 요리 강의를 하고, 동일 공간에서 식당도 운영한다.
작가 활동도 한다. 2020년 ‘파스타 마스터 클래스’를 시작으로 2022년 ‘채소 마스터 클래스’, 그리고 올해 ‘풍미 마스터 클래스’까지 총 3권의 책을 냈다.
요리를 전공한 셰프는 아니다. 생활요리를 통해 채소 요리를 공부하고 연구했다. 그래서 그의 저서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일상 레시피가 대부분이다.
음식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헝가리에서 맛본 굴라쉬(Gulyas)의 경험이 컸다. 굴라쉬는 소고기와 채소를 넣고, 고춧가루 대신 파프리카 가루를 사용하는 동유럽 수프다. 빨간 국물이지만 맵지 않고 감칠맛이 강하다. 백 요리사는 “육개장에 빵을 찍어 먹는 느낌이었다”며 “새롭고 흥미로운 음식에 감동받아 나도 이런 요리를 꼭 만들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백지혜 채소 요리 연구가 [세미콜론 제공] |
그는 다양한 세계 요리를 맛볼 기회가 많았다. 한국과 싱가포르 내 여행사 근무와, 이후 1년간의 영국생활, 그리고 해외여행을 통해 각국의 요리를 경험했다. 2007년 귀국 후엔 팝업레스토랑을 거쳐 지금의 식당을 열었다.
요리연구의 주인공은 채소였다. 백 요리사는 기호에 맞는 채소 조리법이 중요하다면서 그 역시 “어릴 적엔 물컹한 식감과 보랏빛 물이 나오는 가지볶음이 너무 무서웠다”고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저서 ‘채소 마스터 플러스’에서 가장 후기가 많았던 ‘당근 뢰스티(roesti)’를 예로 들었다.
당근 뢰스티는 채 썰은 당근을 부친 서양식 당근전이다. 백 요리사는 “‘당근을 싫어하던 우리 아이가 당근인 줄 모르고 먹는다’ 등의 후기가 이어졌다”며 “카레가루와 튀기듯 구운 당근의 바삭한 식감을 이용하면 아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당근 뢰스티는 우리가 아는 당근 맛과 사뭇 다르다. 호박고구마 같은 맛이 난다. 채칼로 얇게 썬 당근에 소금, 감자전분, 카레가루 한 스푼을 넣고 프라이팬에서 기름에 부치면 된다.
대파도 구우면 바삭하면서 단맛이 크게 증폭된다고 했다. 구운 대파는 특히 수프에 이용하기 좋다. 백 요리사는 “수프에 반드시 생크림과 치즈를 넣을 필요는 없다”며 “열량을 낮추고 싶다면 채수에 감자와 구운 대파를 넣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건미역 배추 전골(왼쪽)’, ‘맑은 보리수프’ [세미콜론 제공] |
‘신상출시 편스토랑’에 나온 ‘제리코레서피’의 ‘건미역 배추 전골’ 레시피 [KBS방송 캡처] |
수프가게 운영이 꿈이었을 정도로 그는 수프에 대한 관심이 많다. 크림수프 외에도 가볍게 한 끼를 대신할 수 있는 수프 종류가 많다고 했다.
그가 가장 즐겨 먹는 요리는 ‘맑은 보리수프’다. 백 요리사는 “담백하고 슴슴한데, 개인적으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며 “끓인 토마토에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김치의 감칠맛과 개운한 맛이 은은하게 나온다”고 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냄비에 물이 끓으면 보리쌀을 넣고 5분간 더 끓인다. 썰어놓은 단호박, 양파, 양송이버섯, 방울토마토, 근대, 다진 마늘을 넣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마지막에 올리브오일을 두르면 끝이다. 채소는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하다. 냉장고 안 채소를 소비하는 일명 ‘냉장고 털이’도 할 수 있다. 영양소와 포만감도 높다.
겨울에 먹기 좋은 요리로는 ‘건미역 배추 전골’을 소개했다. 지난 3월 예능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가수 장민호가 선보인 요리다. 방송에서 장민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인 레시피”라고 소개했다. 자료화면에는 그의 쿠킹클래스인 ‘제리코레서피’가 레시피 출처로 나왔다.
요리 핵심은 건미역을 물에 불리지 않는 것이다. 백 요리사는 “한국인은 후루룩 넘기는 미역의 식감에 익숙하지만, 불리지 않고 바로 끓이면 쫄깃하게 씹히면서 감칠맛도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가장 간단한 채소 조리법으로는 에어프라이어 사용을 추천했다. 조리 시간이 오븐보다 빠르고, 채소가 골고루 익혀진다. 기름 사용도 줄일 수 있다. 조리 중 수분이 많이 나오는 느타리버섯도 기름을 살짝 둘러 에어프라이어에 구우면 쫄깃하면서 바삭거린다.
백 요리사는 “채소는 조리 방식의 한 끗 차이로 풍미가 크게 달라진다”며 “조리법만 간단히 바꿔도 그동안 몰랐던 채소의 맛을 재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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