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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루텐프리’ 이어 ‘팜유프리’, 왜 떠올랐을까
  • 2024.03.11.
글로벌 트렌드로 주목, 비건 품목서 두드러져
친환경적인 비건 성향이 배경
WWF 평가결과, 인증 기업 증가세
“지속가능한 팜유, 시급히 확대해야” 

‘지속가능한 팜유협의회(RSPO)’의 팜유 인증 [RSPO 홈페이지 캡처]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글로벌 푸드의 대세 키워드는 식품에서 특정 성분을 없앤 ‘프리 프롬(free from)’이다. 대표적인 ‘글루텐 프리(Gluten-free)’에 이어 최근에는 ‘팜유 프리(palm-free)’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야자나무 과육에서 나오는 팜유는 우리가 ‘식용유’로 부르는 종류 중 하나다. 국내 가정에서는 콩기름, 카놀라유 등을 많이 쓰지만 전 세계 식용유 시장에서는 팜유 소비가 가장 높다.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국(USDA FAS)의 보고서(2020)에 따르면 팜유는 전 세계 연간 식물성 기름 소비량의 40%, 거래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과자, 라면, 빵 등의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세정제, 바이오 에너지 원료로도 사용되므로 국내에서도 ‘기업’의 사용은 높다.

글로벌 ‘팜유 프리’ 트렌드는 특히 초콜릿이나 통밀 비스킷, 팬케이크,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 등의 제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제 인증으로는 ‘지속가능한 팜유협의회(RSPO)’가 있다. 기업이 지켜야 할 기준을 준수하면 ‘지속가능한 팜유(CSPO)’ 인증을 부여한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관련 인증의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관련 인증을 받은 업체도 증가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팜유 프리’를 선언하는 기업이 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풀무원은 지난 2022년 자체 지속가능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에 팜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도 B2B(기업간 거래)용 팜유를 ‘RSPO’ 인증 제품으로 모두 전환했다.

특히 풀무원처럼 채식 또는 비건(vegan·완전채식) 품목에 ‘팜유 프리’가 빠르게 붙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비건 제품들은 영국채식협회 비건 인증을 받는 동시에 ‘팜유 프리’ 인증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채식 및 비건인들은 건강과 함께 환경을 위해서도 식물성 식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네이버카페 ‘채식공감’ 김윤일 대표는 “비건인들은 팜유 섭취를 가능한 피하려 한다”며 “팜유 생산을 늘리려 열대우림 야생동물 서식지를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배지 개간을 위해 삼림을 벌목하고 숲을 불태우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도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RSPO의 보고서(2020)에 따르면 팜유 최대 생산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팜유 농장 면적의 4분의 3이 멸종 위기 동물이나 식물이 서식하던 숲을 없앤 후 만들어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는 기존 열대우림을 없애고 팜유 야자를 심게 되면서 최소 193종의 멸종위기 문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팜유는 ‘팜유 세미나’라는 우스갯 소리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환경보호 측면에서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렇다고 팜유를 다른 기름으로 무작정 대체하는 것도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팜유는 용도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식물성 기름보다 토지 면적대비 수확량이 많다. IUCN 보고서(2018)에 따르면 기름 1t(톤) 생산에 필요한 토지 면적은 팜유가 0.26 ha(헥타르)인데 반해 대두유(콩기름)는 2ha, 해바라기씨유는 1.43ha, 유채씨유(카놀라유) 1.45ha에 달한다. 팜유를 다른 식물성 기름으로 대체하면 최대 4~10배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하므로 이와 유사한 (혹은 그보다 심각한) 환경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많은 팜유 농장이 멸종 위기 동물이나 식물이 서식하던 숲을 없앤 후 만들어지고 있다. [WWF 제공]

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자연보전기구인 세계자원기금(WWF)은 최선의 해결책으로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WWF는 전 세계 기업 대상으로 ‘팜유 스코어’를 발표하고 있다. 기업들이 얼마나 지속가능한 팜유를 사용하고, 노력하는지를 점수매긴 결과다.

지난 2021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기업은 스위스 최대 유통업체인 쿱스위스(Coop Switzerland·22.4점)이다. 이어 이탈리아 제과업체 페레로그룹(Ferrero Group· 21.7점),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IKEA·21.6점) 순이다. 평가에 참여한 한국 기업 5곳의 평균 점수는 4.5점에 그쳤다. 가장 높은 점수는 14.5점의 ‘아모레퍼시픽’이다.

이번 평가에서 팜유 인증의 사용은 점진적인 개선이 이뤄졌다. ‘RSPO’ 인증 팜유를 활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지난 2020년(115개 기업 참여) 59%에서 2021년(227개 기업) 69%로 증가했다. RSPO 가입한 기업도 92%에서 97%로 늘었다.

다만 WWF는 지금 같은 속도로는 지구환경을 지킬 수 없다고 본다. RSPO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으로 현재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19%만이 RSPO 인증을 받았다. WWF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는 팜유 산업의 핵심 역할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팜유 조달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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