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GO GREEN
  • 친환경 텀블러, 어쩌다 패션 아이템으로?
  • 2024.03.12.
패션 아이템· 수집 용도로 MZ 인기
전 세계 텀블러 수요, 팬데믹 후 빠른 증가
220번 사용 시 일회용컵 대체 효과

미국 스탠리 텀블러 제품 [인스타그램 캡처]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최근 미국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에서 깜짝 선물로 자주 등장하는 제품은 스탠리(Stanley) 브랜드의 핑크색 텀블러다.

미국에서 스탠리 텀블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벅스와 협업한 핑크색 텀블러는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기 전에 줄을 섬)’ 줄이 대형 마트 앞에서 밤새 이어졌다. 온라인 중고시장에서는 40달러(약 5만원) 제품이 10배 인상된 400달러(약 52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구매대란에 ‘싹쓸이 도둑’도 나왔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의 한 매장에서 스탠리 텀블러 65개를 훔친 2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테렌스 레일리(Terence Reilly) 스탠리 대표이사는 미 경제 매체 CNBC를 통해 “미국의 최고 소매점들이 1인당 스탠리 제품 구매 수를 제한하는 것이 놀랍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스탠리는 ‘남성 아웃도어’, ‘튼튼한 보온병’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 열풍은 ‘패션 아이템’의 성공에 더 가깝다. 변화의 시작은 지난 2020년 테런스 레일리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신발업체 크록스(CROCS)를 인기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던 그는 스탠리 역시 파스텔 색상들을 출시하며 젊은 층의 관심을 얻었다.

현재는 미국 MZ세대가 마치 가방을 들듯 옷에 어울리는 템블러를 손에 쥐고 다닌다. 현지에선 “Z세대가 아이폰보다 갖고 싶어한다”, “Z세대 여성에게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다.

온라인 중고거래시장에서 고가에 팔리는 스탠리 텀블러 [SNS 캡처]

스탠리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분위기도 비슷하다. 최근 한 연예인은 TV예능프로그램에서 300개 이상 모은 텀블러를 공개하며 옷 색상에 맞춘 제품을 골라 외출하기도 했다. SNS에서는 화려한 색상 또는 수집 용도로 모은 텀블러 사진들이 올라온다. MZ세대에게 텀블러는 본래의 기능보다 색상 또는 브랜드가 중요시되는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도 텀블러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81억1000만달러(약 10조6605억원) 규모였던 텀블러·개인컵 시장은 오는 2025년 106억달러(약 13조933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텀블러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스태티스타는 팬데믹 기간을 지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일회용 컵 감소로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친환경적 관점에서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반동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본래 의도한 것과는 다른 효과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비영리 자연보전기구 세계자연기금(WWF)의 전수원 지속가능프로그램팀 차장은 “미국의 스탠리 열풍 사례나 한국에서 유니크한 텀블러가 인기인 상황은 텀블러 구매 및 사용 유도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단순히 색상이나 디자인에 매몰된 수집 행위는 텀블러 사용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다회용을 일회용처럼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123RF]

사실 텀블러를 구입하는 자체만으로는 환경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 따르면 텀블러 제작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일회용 컵 보다 30배가 넘는다. 영국환경청은 최소 220번을 사용해야 일회용 컵을 대체하는 친환경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맹 국장은 “옷을 갈아입듯 텀블러도 바꾸고 싶을 수 있으나 환경을 위해서는 적정한 소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4개 정도를 이미 소지하고 있다면 소유한 텀블러를 바꿔가며 사용하고, 구매 시엔 오래 사용할 생각으로 제품을 고를 것”을 권장했다.

전수원 WWF 지속가능프로그램팀 차장은 “텀블러는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폐기할 때도 많은 온실가스가 나온다”며 “사용한 폐플라스틱의 처리도 중요하지만, 우선시할 것은 불필요한 생산을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관련기사